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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략적 딜레마와 꽃놀이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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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략적 딜레마와 꽃놀이 패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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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참모부가 남한과의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시 입장을 천명하고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모험주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곧 출범 1주년을 맞는 우리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과 "도발에 단호히 대처" 태세로 맞서고 있다.

북한의 계산된 모험주의

정부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거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경우 국제 제재 강화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고, 남북관계 단절이 계속될수록 북한이 우리보다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므로 결국 고개를 숙이고 대화로 나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적 딜레마에 처해 있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된다는 자세이다.

북한이 주민의 안전과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민주국가라면 우리 정부의 전략이 주효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제1과제는 정권 유지이다. 어떻게든 정권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큰 틀로 볼 때 전략은 두 갈래 중 선택이다. 남북 모두가 득을 보는 길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올려 정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은 성공했지만 소련은 체제 붕괴로 귀착된 것을 목도한 김정일위원장은 이 길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계산 착오를 범할 수 있다. 김정일은 남한과의 긴장과 대립 수위를 높여 체제안보 위협을 부각시킴으로써 주민의 기강을 잡고 준전시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정권유지 방안을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북한이 국제 제재를 받고 고립되더라도 김정일과 소수의 집권층은 큰 고통 없이 지낼 수 있고 더구나 북한 정권 수호의 기둥인 인민군은 오히려 사기가 올라가고 체제에 대한 충성심도 제고될 것이므로 정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

역사적으로도 경제적 파탄만으로 독재정권이 붕괴된 사례는 쉽게 찾기 어렵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무능한 독재 정권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주민의 경제 형편을 생각해서 무모한 대외전략을 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안이한 전망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꽃놀이 패를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미 갖은 위협적인 언사로 남한 사회를 긴장시키고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이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그에 응하면 되고, 아니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외화수입원인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며 전략적 위상을 높인 뒤, 국제 제재를 감수하고 주민기강 단속으로 그 효과를 상쇄하면서 결국 대화에 나올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익을 챙긴다는 계산이다.

반면 북한과 달리 민주정부로서 정권유지보다는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심각한 안보 딜레마에 처하고 있다. 먼저 북한의 언어 도발에 행동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언제 어떻게 도발해올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군사 도발을 감행해올 경우 단호하게 보복하여 확전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현명한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군사경쟁보다 경제협력을

더구나 남북관계 단절로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제1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을 미국의 선처에 거의 맡겨둔 상태인데, 미 국방·정보부처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북핵 포기보다는 핵 확산 방지로 정책의 중점을 전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의 전략적 딜레마는 다방면에서 심화되고 있다.

결국 난관을 극복하는 길은 북한이 모험주의 정권임을 재인식하고 북한이 상대적 강점을 갖고있는 군사부문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경제부문에서 협력을 도모하여 북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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