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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질 몸값예산 따로 책정해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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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질 몸값예산 따로 책정해 수사하라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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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결국 피해자를 낳고 말았다. 경찰은 납치범에게 인질 몸값으로 준 수사용 가짜 지폐가 일련번호가 같고 크기도 진짜 지폐보다 커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납치범은 그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버젓이 가짜 지폐 700만원을 주고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하지만 납치범에게 오토바이를 판 시민은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다.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납치범이 검거되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소동의 책임은 어떠한 근거나 대책도 없이 가짜 지폐를 만든 경찰에 있다. 경찰은 가짜 지폐 제작ㆍ사용에 앞서 발권력을 가진 한국은행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가짜 지폐가 납치범 등 범법자에게 넘어가 유통될 경우의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경찰의 주장대로 "육안으로 쉽게 가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게 옳았다. 납치범들이 가짜 지폐인 줄 모르고 인질을 풀어 주었길래 망정이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납치 사건은 2006년 122건, 2007년 150건, 지난해에는 7월말까지 121건이 발생했다. 경제 위기의 현실화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지면 몸값을 노린 납치 사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납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몸값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사건처럼 납치범에게 돈을 떼일 수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돈보다 더 중요하다. 또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몸값을 짧은 시간 내에 마련하기 위해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몸값 예산은 필요하다. 이는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관들이 사비(私費)를 사용하는 현실을 개선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갈수록 교묘해지고 흉포화하고 있는 납치 사건의 해결을 위해 효율적인 수사 기법을 개발하고 전문 수사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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