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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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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카트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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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동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형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매번 동전을 못 찾고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있다. 장 보는 내내 호주머니 한쪽이 백원짜리 동전 아홉 개의 무게로 축 처지고 댕그랑거린다. 동전 넣는 카트를 고안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무데나 카트를 두고 가버리는 손님들 때문에 슈퍼마켓도 무던히 속을 끓였을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그가 심리학자일 듯하다.

주차장은 넓은데 카트 보관대는 출입구 가까운 데 있다. 장을 보는 시간은 대부분 퇴근 후라서 점점 배고프고 노곤해진다. 나중엔 카트 밀 힘 하나 없다. 주차장 맨끝에 차를 주차시켰을 땐 정말 아무데나 카트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다. 신기한 건 한번도 카트를 그냥 두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평 없이 그 일을 잘 해낸다. 카트를 제자리로 밀고 가면서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수시로 드나드는 차에 카트 미는 일은 갑절 힘이 든다. 겨우겨우 보관대에 밀어다놓고 달칵, 백원짜리 동전을 손에 쥔다. 집의 깡통에는 이렇게 모든 동전이 가득하다. 은행에서 지폐로 바꿀 때는 눈치가 보인다. 백원짜리 동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겨우 백원, 하찮은 것에 인간이 움직인다는 것을 파악한 이의 작품이다. 저 카트는.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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