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내달 3일 개관하는 부산 센텀시티점에 편법으로 대형마트 개설을 추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신세계 이마트는 자체상표(PL) 우유제품의 품질과 관련, 과장광고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잇단 추문은 신세계가 표방하는 '윤리경영'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유통명가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월드식품관'(가칭)을 조성하면서 이마트의 매장 구성을 고스란히 도입, 지구단위계획상 설치할 수 없는 대형마트의 편법 매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업면적 6,930㎡ 규모의 월드식품관은 수산, 조리식품, 가공식품, 푸드홀 등 일반 백화점 식품관 구성 외에 가전, 홈퍼니싱, DIY코너, 잡화, 키즈용품, 와인, 제과제빵 등 대형마트서 취급하는 상품매장을 함께 조성했다.
또 신세계 이마트의 PL 브랜드인 '자연주의' 매장도 들어선다. PL브랜드는 일반 제조사의 브랜드와 달리 유통업체가 자체 유통망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으로, 월드식품관이 이마트의 편법 매장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신세계백화점의 전국 7개 점포 중 자연주의 브랜드를 입점시킨 곳은 한 곳도 없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들어선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지구는 '센텀시티 지구단위 시행지침'(2007년 확정) 특별법에 따라 '판매 및 영업시설 중 대형마트는 불허한다'고 명시된 지역이다. 대형마트는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으로 식품 가전 및 생활용품을 소매하는 점포를 뜻한다. 지구 내 대형마트는 특별법 확정 전인 2002년 개점한 홈플러스 센텀점이 유일하고, 지난해 개장한 롯데백화점도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식품관을 1,800㎡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실제 식품관은 식품류에 한정된 2,900㎡ 정도이고 기타 매장은 상품구성 차원에서 입점시킨 것일 뿐이다. 백화점에서 싼 상품을 팔지 말란 법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세계가 월드식품관 전체를 대형마트 영업면적 이하로 줄이지않는 이상 명백한 불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신세계의 매장 조정을 예의주시, 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 이마트는 품질 논란으로 10일부터 매장에서 철수시켰던 PL우유제품을 일주일 만에 슬그머니 판매 재개, 그간 과장된 선전으로 소비자를 호도했음을 자인했다. 이마트는 이날 "17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판매를 재개했다"면서 "문제가 된 우유는 원래 제조사와 합의했던 스펙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제조사의 일반브랜드(NB) 제품과는 함량 및 성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확인했다.
이마트는 그간 PL제품인 '이마트 우유'와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 '이마트 딸기맛 우유'가 각기 업계 1위 브랜드 제조사인 매일유업(매일우유ESL) 및 빙그레(바나나맛, 딸기맛 우유)에서 제조한다는 이유로 "똑 같은 품질에 가격은 더 저렴하다"고 광고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주장 대로라면 유명 제조업체들이 똑 같은 제품을 편의점에서는 자기 브랜드로 비싸게 팔고, 할인점 PL로는 싸게 팔았다는 소리로 그야말로 소비자 기만"이라면서 "지금 이마트에게 필요한 것은 PL상품에 대한 과대선전과 막강 유통파워를 앞세운 오만을 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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