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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전 국민에게 드리는 마지막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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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전 국민에게 드리는 마지막 청원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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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전후, 저는 아주 심각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1만6,000명 필자로부터 향후 저작물까지 전송권을 위탁 받고, 국내 열람 순위 3위, 전자책을 만들어 올리면 포털 사이트로 연결되어 저자 블로그로 와서 읽고, 저자 30%ㆍ 출판사 20%를 배당하는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www.kdlib.com)'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교수 봉급으로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워, 지난 가을 회원들에게 한 달에 차 한 잔 값 협회비로 함께 구축하자고 제안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고, 연말에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해당 부처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해당 법령이 없다고 거절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2일 세계적인 포털 구글의 광고를 보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문을 닫기로 한 가족들과의 연말 합의를 깨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광고 요지는 이제까지 자사와 계약을 맺은 출판사의 도서 700만 권 입력을 마치고, 금년부터는 미 의회도서관을 비롯해 1만4,000개 정부·공공·대학 도서관의 자료를 입력하여 검색자료로 제공하거나 온라인으로 판매한 후 정산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유학생들 연구 논문은 물론, 향후 이 땅에서 발행할 책들까지 사다 꽂고 판매하면서 신고하는 저작권자들에게만 전송 수익을 배당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분명 법과 상식을 무시한 계획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갖춘 구글의 계획을 막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 도서관이 지난 해 그들과 협력 약정을 체결한 것도, 그들이 2004년 1차 계획을 발표한 다음 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가 유럽연합(EU) 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지난 해 11월 1,000개 이상의 학술ㆍ 문화기관 자료를 입력하여 '유토피아나'를 연 것도 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합의 조건은 이런 거였습니다. 두 딸은 그 동안 모은 원고료랑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으로 청산자금에 보태겠다는 것이고, 둘째 동생은 문 닫을 때까지 서버 위탁과 통신망비를 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면 제 집과 봉급은 물론 집사람 연금까지 차압 당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런 합의를 깨고 가는 데까지 가볼 작정입니다. 10년간 이 도서관에 매달리면서 형성된 집착이나, 매월 교수봉급 6,7배가 넘게 들인 돈을 되찾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닙니다. 돈을 되찾겠다면 회원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몇몇 DB의 서비스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정부DB마저 제 논문을 동의 받지 않고 공개하고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구글의 계획이 실현되면, 2,3년 안에 우리 저작물을 저들에게 열람료를 내고 봐야 하고, 저들의 공개범위 조절에 따라 우리 학술 문화가 조절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시인으로서, 교수로서, 우리의 학술 문화 주권을 넘겨주고 속국이 되는 것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절하게 전 국민에게 청원합니다. 정부는 제가 구축하던 도서관을 지원하거나 인수하고, 회원들은 차 한 잔 값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기업이나 개인이 후원하면 도서관 이름을 후원자 명의로 바꾸어 길이 후손들이 고마워하도록 만들 테니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공적인 이야기지만, 제 개인과 연관된 이야기라서 이만 줄입니다. 새봄, 모두 행복하소서.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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