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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다르고 野 다른 '표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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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다르고 野 다른 '표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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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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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당은 처지에 따라 입장과 말을 마구 바꾼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과 행태는 지금과 180도 거꾸로 돼있다. 최근 양당이 서로의 과거를 폭로하며 비난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자 한국 정치의 철학부재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은 18일 '한나라당의 말 바꾸기 사례'를 거론하며 "왜곡ㆍ선동정치를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전날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시절 추진했던 법안을 'MB악법'이라고 흑색선전하고 있다"고 공격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자신의 과거에 대해선 침묵했다. 남의 허물은 비난하면서 자기반성은 없는 것이다.

연말연초 법안전쟁의 와중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방송법 등 일부 쟁점법안의 상정을 저지하자 맹비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인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등 숱한 법안들의 상임위 상정을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야당이 회의장 점거나 장외투쟁을 당연시하고, 여당이 이를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7대 때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법사위ㆍ본회의장 점거 등을 '민주주의 유린행위'라고 쏘아붙였는데, 이번 법안전쟁 때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을 향해 똑 같은 비난을 퍼부었다.

2005년 말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 반대를 명분으로 전기톱을 동원해 본회의장 자물쇠를 해체했다. 3년 후 민주당은 외교통상통일위 문을 부수기 위해 해머를 휘둘렀다. 민주당의 MB악법 저지 장외집회를 '선동정치'로 몰아붙인 한나라당은 3년 전 특정 법안의 본회의 통과 무효를 주장하며 50여일간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말의 성찬'은 몰염치의 극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당일 때는 코드ㆍ회전문ㆍ낙하산 인사를 당연시하는 반면 야당일 때는 이를 힐난한다. 국회 운영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야당일 때는 예결특위의 일반상임위화를 추진하고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반대하지만, 여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이 돌변한다.

입법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생색내기용 추경 편성을 막겠다며 요건을 대폭 강화했지만, 여당이 되자마자 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조기 비준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야당이 되면서 '선(先) 대책 마련'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쟁점법안 논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17대 때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특정 은행의 매각을 목표로 제출한 금산분리 폐지법안을 마치 열린우리당의 당론이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4년 전에 신문ㆍ방송 겸영을 시기상조라고 밝힌 언급을 찾아내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 논리를 비판한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상대 정당을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권은 유한하고 국가는 지속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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