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쉬는 사람과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을 합친 '사실상 백수'가 350만명에 육박함으로써 임금삭감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잡 셰어링 차원의 임금삭감이 고임금 직업군의 신규채용 초임에 집중되고 노조에 기댄 기존 직원들은 기득권을 고수해 세대간 갈등과 함께 노동의 질 훼손이 우려된다. 또 잡 셰어링을 통한 고용유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직장에서 한 번 밀려날 경우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보다 세심한 정책설계가 요구된다.
정부는 엊그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청년 실업난 완화를 위해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초임을 삭감키로 하고 주요 공기업 100곳의 임금수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기업이 선도하는 대졸 초임 삭감'제안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은 이미 30% 삭감 방침을 밝혔다. 여타 공공기관에도 최대 30% 삭감을 권고할 방침인 정부는 금융권과 대기업 등 민간부문도 따라오기를 원하는 눈치다.
지금은 어떻게든 일자리를 지키고 나누는 묘안을 짜내야 하고 이 같은 편법도 하나의 방안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려면 기존 직원의 동참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올해부터 한 회사에 높고 낮은 두 개의 임금테이블이 생기게 되며 이에 따른 신ㆍ구세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조의 자율 동참을 바라고, 공공기관들은 3~5년간에 걸쳐 삭감 임금을 정상화하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기왕에 공공기관 개혁을 밀어붙여온 만큼 공기업의 경영 합리화와 효율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과도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누려온 주요 공기업들이 국가적 경제위기 앞에서도 제 몫 타령을 한다면 아예 밥그릇을 뺏을 수도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어려울수록 고통분담은 필요하지만, 차별로 인한 노동의 질과 의욕 저하는 제 발등을 찍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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