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을 위해 변주하겠습니다."
최근 회장과 부회장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한국 배드민턴계에서 새로이 조타수를 맡게 된 서명원(50)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중학교 시절 선수로 시작해 실업팀 감독을 거쳐 이례적으로 단장까지 승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만큼 국내외 행정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도 밝다.
그 동안 강영중 전 협회장과 김학석 전 부회장이 운영 방안을 놓고 마찰을 빚을 때 그 사이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했던 것도 사실 그였다.
강영중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 겸 대교그룹 회장은 지도자와 행정가의 길을 열어준 '은인'이고, 김학석 전 부회장은 옛 '스승'이다. 그 때문에 37년간 몸담았던 배드민턴계를 떠날까 고뇌의 밤을 지새웠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가시밭길'이었다. "전무직을 받아들일 지 1주일간 고민했다. 강영중 회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김학석 전 부회장에게도 조언을 구한 끝에 용단을 내렸다"면서 "어수선한 협회 분위기를 하루 빨리 추스리겠다. 그러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고 힘주어 말했다.
1년 80여억원의 예산만 놓고 보면 배드민턴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축구에 이어 2위의 규모다. 아직 실무 총책임자로서 걸음마 수준이라 현상 유지도 버겁지만 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지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작던 크던 규정과 규율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협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장점은 주변 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운 전형적인 덕장(德長) 스타일이라는 것. "도배할 때 이 색깔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없다. 보는 시간에 따라 다를 뿐"이라는 게 그의 인생 철학이다.
그는 최근 대한양궁협회에서 40대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는 뉴스를 예로 들며 "우리도 젊은 사람들을 영입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주판에서 계산기로 바뀌듯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혼복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신드롬으로 지펴진 배드민턴 열기를 이어나가는 매개체로는 오히려 '생활체육'에 눈을 돌렸다. 대교에서 시작했던 전국어머니대회, 전국교직원대회, 전국사제간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를 협회 차원에서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학동아리대회 등을 통해 젊은 이들을 흡수하는 한편 교육대학간 대항전도 개최해 미래의 초등학교 선생님을 배드민턴 애호가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엘리트를 위한 체육이 되다 보니 한때 박수를 받아도 올림픽이 끝나면 내리막길이었다"면서 "배드민턴은 직접 하는 재미가 있는 종목이다. 300만 동호인에 눈을 돌린다면 어마어마한 인기 종목이 될 수 있다"고 잠재적인 가능성에 주목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사진=김지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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