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대를 받을수록 '비행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통념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피학대 경험과 청소년 비행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기에 당하는 여러 유형의 학대와 청소년기 비행은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
전영실 연구위원은 서울지역 남녀 초등학생 5, 6학년과 중ㆍ고교생 2,056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의 피학대 경험을 설문조사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우선 학대 유형을 방임(의식주ㆍ치료 소홀 등), 정서적 학대(고함ㆍ욕설ㆍ협박 등), 신체적 학대(폭행 등) 등 3종류로 분류했다.
방임 학대를 지난 1년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각 행위유형에 따라 초등생 9,4~23.1%, 중학생 10.3∼34.9%, 고교생 12.0∼36.7%로 나타났다. 대략 10명에 3명꼴은 부모로부터 방치된 적이 있다고 느낀 셈이다.
정서적 학대 경험은 특히 두드러졌다. 초등생 23.1∼49.8%, 중학생 22.7∼53.8%, 고교생 23.7∼56.4%가 부모의 말로 인해 공포심을 느꼈다고 답했다. 신체적 학대는 각각 1.6∼35.5%, 1.6∼32.8%, 2.7∼21.2%였다.
특히 최근 5년내 가장의 실직이 있었던 가정에서는 초ㆍ중학생의 경우 학대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았다는 쪽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가정에서의 학대 경험이 청소년기 '비행'으로 이어질 확률은 역시 높았다. 보고서는 비행을 ▲지위비행(음주, 흡연, 가출 등) ▲폭력(따돌림, 패싸움) ▲재산비행(갈취, 절도) ▲기물파손 ▲질서위반으로 정의한 뒤, 아동기부터 계속 방임을 당한 중학생의 경우 전체 비행도 평균이 32.67점이라고 밝혔다. 학대를 받지 않았다는 응답자(27.78점)보다 4.89점 높은 수치다.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서학대 경험이 없다는 측의 비행도는 26.97점인 데 반해 학대를 받았다는 쪽은 32.97점으로 6점이나 차이가 났다. 신체학대 역시 양쪽의 차이가 5점 이상에 달했다. 고교생은 비행도 평균이 6.8~8.1점씩 차이가 나 중학생보다도 폭이 컸다.
전 연구위원은 "비행을 막기 위해서는 초등생의 경우 숙제나 공부 등 활동에 참여해 주는 게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중ㆍ고교생은 학대 경험뿐만 아니라 자기 통제력의 부족이나 법 위반을 가볍게 여기는 관념도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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