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개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정부가 학습부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 비율이 많아지는 것은 (전 정부의) 하향평준화 정책의 결과"라고 나름의 진단을 내린 뒤 "앞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정확히 분석해 '상향 평준화'를 도모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정책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수평가를 통한 첫 학력격차 문제 해결 시도"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서열ㆍ경쟁화가 자리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지역교육청별로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벌써부터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초미달 비율이 높은 지역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피 대상이 돼 여러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실제 이번 평가에서 기초미달 비율이 상위 10위안에 속한 한 지방의 지역교육청은 관할 학교를 대상으로 선행평가 계획을 수립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역의 자치단체장도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렇게 되면 지역 간 과도한 학습 경쟁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조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앞장서 비교육적 성적 경쟁과 서열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학업성취도 평가의 그늘을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뢰성 부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과부는 그 동안 학년별로 3~5% 정도 표집해 시험을 치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난해 10월 초등 6년, 중학 3년, 고1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첫 전수평가를 실시한 뒤 결과를 분석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고, 일부 학교는 백지답안을 내는 등 여러 '변수'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내신 반영도 안 되는 시험을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 치르겠느냐"며 "학업성취도 평가가 신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지역교육청 간 학력비교 자체가 무의미 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철 서울대 교수는 "첫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서열화와 학력차 고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교육청, 일선 학교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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