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할이나 규범 또는 관습 등을 배운다. 이렇듯 집단 내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등을 배워가는 과정을 사회화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다.
예전에는 또래집단과 어울리면서 행위의 기준들을 터득했지만 이제는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전은 중요한 학습매체로 인식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텔레비전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수용자들에게 그 어떤 매체보다도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즉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우리가 일상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치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행위로 인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일거수 일투족은 그 자체가 행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들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역기능을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중에서 요즈음 방송 출연자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언어행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표준어를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한때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방송에 출연하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사투리를 쓰는 아나운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보도를 하는 기자들조차도 표준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방송매체는 국어를 순화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지역방송에서 가끔 사투리를 쓰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데 이는 방송을 통해서 지역민의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사투리가 문제가 아니다. 방송에서 거친 말, 막말이 난무하고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다. 특히 개그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사용하는 비속어를 보면 아찔한 감마저 들게 한다. 거친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심지어 욕설이 걸러지지 않고 방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면서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축약해서 표현하는 언어행위 때문에 언어사용 문제의 심각성이 심심치 않게 논란거리가 된다. 이런 마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매체에서 언어의 남용과 오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그러한 잘못된 언어행위를 모방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유행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그냥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 바른 언어의 사용이 왜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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