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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재즈 문화사' 저항과 아픔의 음악 재즈 100년史로 인간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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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재즈 문화사' 저항과 아픔의 음악 재즈 100년史로 인간사 읽기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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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지음/말글빛냄 발행ㆍ477쪽ㆍ2만5,000원

재즈라는 문화를 역사의 틀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 책은 아프리카 노예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재즈평론가인 저자는 이 첫번째 장의 제목을 '노예의 피'라고 붙였다. 그리고 재즈를 '저항의 음악'으로 규정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독일 재즈평론가 요하임 E 베렌트의 말이 이런 재즈의 본질을 보여준다.

"재즈는 사회적ㆍ인종적ㆍ종교적 차별, 시시한 부르주아 도덕의 진부함, 현대 대중사회의 기능적 조직, 이런 사회에 내재한 비인간화에 저항하는 절규이며, 이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범주화를 거부하는 외침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아하면서도 달콤한, '감미로운 소비재'로서의 재즈와 거리가 있다. 저자는 재즈를 깊이있게 이해하기보다 부드러운 배경음악으로서 받아들이는 한국 대중의 자세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이 책은 재즈를 소비하는 방법보다, 재즈를 이해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풀어놓는 100년의 재즈사(史)에는 20세기의 세계, 그리고 20세기를 살아간 인간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초창기 재즈의 '삼류 음악'으로서의 모습은 질펀하다. 재즈는 여흥을 위한 도구였고, 범죄를 은폐하는 배경음었으며, 유곽에서 연주되던 오락용 음악이었다. 저자는 이런 바닥에서 재즈가 20세기의 세계예술로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을 "인생 밑바닥의 어쩔 수 없는 아픔까지 끌어안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적극적으로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며 오랫동안 소박한 아름다움을 잊지 않았기에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스윙-비밥-쿨-하드밥-프리-퓨전으로 이어지는 재즈사의 흐름을 통해 저자는 재즈만이 가진 오묘한 특징을 보여준다. 그것은 "정확함을 지향하지만 끝내 정확하지 않은 미묘한 특성, 틀 안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욕망과 책임 사이의 긴장감, 채움과 비움을 아우르는 인생의 성숙함 등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재즈를 통해 나의 얼굴을 읽고, 당신의 얼굴을 읽고, 거기 연결된 모든 것의 얼굴을 읽은 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천히 읽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그 뜻은 이뤄졌을까.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재즈를 정의내릴 순 없다. 재즈에는 인간의 삶과 마찬기지로,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진짜 삶이 녹아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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