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여주인을 납치해 19시간 감금하고 돈을 요구했던 용의자 중 1명이 검거됐다. 자칫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폐를 몸값으로 건네고 범인 추격에 실패하는 등 경찰의 어설픈 작전이 도마에 올랐었는데, 다행히 용의자들의 '범죄 지능'은 더 낮았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3일 오후 11시30분쯤 용의자 심모(28)씨를 금천구 가산동 자택 앞에서 붙잡아 구속하고, 공범 정모(32)씨를 공개 수배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들은 지난해 10월 "목돈을 마련해 사업을 하자"며 범행을 모의했다. 범행에 쓸 체어맨 승용차를 훔친 이들은 납치 당일인 10일 오토바이까지 빌려 성산대교와 신정교 일대에서 몸값을 받아 도주하는 과정을 예행 연습했다.
밤이 되자 강서구 일대의 인적 드문 곳을 배회하다가 여성 혼자 가게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던 제과점을 발견, 범행을 저질렀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했다지만 생각은 짧고 수법은 어수룩했다. 이들은 훔친 차량에 심씨의 프라이드 승용차 번호판을 갖다 붙였다.
경찰 조사에서 심씨는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는 한 차량이 수배 당할 염려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번호판 주인인 심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결국 스스로 범인임을 알리고 다닌 꼴이었다.
이들은 또 위치추적장치(GPS)가 장착된 돈가방을 버리고 돈만 챙겨 달아나는 방법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렸지만 그 돈이 위폐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11일 저녁 한 모텔에서 자축의 의미로 맥주를 나눠 마신 뒤 돈을 싼 비닐을 뜯고 나서야 가짜 돈임을 알아챘다. 경찰은 "위폐를 썼다간 바로 잡힐 수 있어 태우기로 했다는 게 심씨 진술"이라며 "위폐가 사용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심씨가 검거된 장소도 자신의 집 앞이었다. 이날 오후 언론에서 경찰 수사 소식을 접하고 마스크 모자 등 범행 도구를 관악구 일대에 나눠 버리고도 제 발로 '호랑이 굴'에 찾아든 것.
경찰 역시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공범 정씨가 체어맨 차량으로 심씨를 집 부근에 내려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씨 검거엔 실패했다. 심씨는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정씨가 먼저 제안했고, 몸값 7,000만 원을 받아내자고 한 것도 정씨가 혼자 결정한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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