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세계 휴대폰 시장 평정에 나섰다.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은 경기 침체로 지난해보다 7~1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위기가 '약'이 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부사장)과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휴대폰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세계 양강 체제로 재편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20%를 강조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 노키아와 2위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로 굳히겠다는 것이다. 즉, 노키아와의 격차는 좁히고 한 자릿수 점유율인 후발 업체들과 격차는 벌리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휴대폰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왔으나 시장점유율 20%를 넘은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시장이 예년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점유율 계산을 위한 모수(母數)가 줄어든다. 2억대 판매도 지금까지 성장률을 감안하면 큰 무리가 없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은 2007년 1억6,100만대, 지난해 1억9,660만대 등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억대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고가폰 위주의 선진시장과 중저가폰의 신흥시장 모두를 공략하는 양동 작전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신 부사장은 "선진국 수요가 줄어도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울트라 터치폰'과 고화질(HD) 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 '옴니아HD', 뮤직폰 '비트 에디션'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통망을 늘리고 철저한 현지 분석으로 시장에 맞는 보급형 휴대폰을 개발해 신흥시장에서도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노키아, 애플처럼 휴대폰 서비스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이용자들이 휴대폰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삼성 애플리케이션즈 스토어' 사이트를 최근 개설한 것이다. 이로써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휴대폰 관련 종합 솔루션 업체를 지향하고 나섰다.
LG전자,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
올해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선 LG전자에게도 두 자릿수 점유율이 갖는 의미는 크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시장 점유율 9%를 넘은 적이 없다. 그만큼 두 자릿수 목표는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 3위 자리를 굳히고 2위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2012년에 2위를 달성하겠다"며 더 큰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한 LG전자의 카드는 이용자 환경(UI) 차별화와 원가를 대폭 낮춘 저가폰 개발이다. 안 사장은 "올해 휴대폰의 핵심 트렌드는 UI"라며 "3차원 아이콘 등으로 차별화한 'S클래스'라는 UI를 선진시장에 집중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S클래스는 100여명의 LG전자 연구 인력이 1년에 걸쳐 개발한 것으로, 아이콘이 정육면체로 구성돼 입체적으로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인도, 중국, 중동 등 신흥시장은 원가를 대폭 낮춘 저가폰으로 공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저가폰을 생산하는 해외 공장의 경우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종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개편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생산원가를 낮춰 저렴한 가격의 저가폰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가 휴대폰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중장기적으로 휴대폰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해"라며 "주저앉느냐,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여서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시장 환경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키아도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요즘은 한국 업체들을 의식하고 있다"며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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