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곤니치와." "니하오." "올라."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주민자치센터 3층. 어른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세계 각 나라 말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서로 볼을 비비거나 껴안는 사람도 보인다.
외국인이 낀 다문화 가정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평범한 이 동네 주민들이다. 분평동 주민자치센터가 매주 일요일에 여는 '다언어 교실'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말을 배우는 회원들이란다.
각국어로 가족 소개를 마친 이들은 흥겨운 외국 동요에 맞춰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래하며 짝짓기' 놀이를 하면서 어른,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한데 어우러졌다.
7개 국어로 연속해 부르는 '세븐 스텝'이란 노래의 가사 속 숫자에 맞춰 짝을 이루는 놀이다. 이진영(9ㆍ청주 남평초 2)양은 "아빠 엄마와 함께 놀면서 다른 나라말을 배우니까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다"며 웃었다.
이곳 다언어 교실이 열린 것은 2007년 7월. 일본 등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접한 주민 김종석(43ㆍ충북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씨가 분평동사무소에 제안해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채택됐다.
김씨 등은 곧바로 노래와 춤, 율동, 자기소개 워크북 만들기 등을 통해 외국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언어 문화활동 가족 클럽'이라는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 정보를 주고 받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는 이 교실의 회원은 대부분 가족들이다. 현재 9가정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6개 나라말을 배운다.
이들은 다언어 교실서 배운 실력으로 각 나라 주민들과 교류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07년 청주시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돗토리(鳥取)시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한 이들은 이듬해에는 돗토리시 주민을 초청해 회원 각 가정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우의를 다졌다.
양 지역의 문화를 비교하는 작은 축제도 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역시 청주시와 자매결연한 중국 우한(武漢)시에 회원 11명이 민간단체 대표로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등과 교류를 확대할 참이다. 분평동 주민생활지원담당 정일봉씨는 "주민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는 다언어 교실을 주민자치센터 우수 프로그램 사례로 주민자치박람회에 출품할 생각"이라고 했다.
회원 이준희(40ㆍ회사원)씨는 "한 공간에서 여러 나라 언어로 소통을 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우리 교실은 한 마디로 '다국어 공원'이다"라며 "국제교류 과정에서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자랑하기 위해 민요, 풍물 등 우리 전통 문화에도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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