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까지 한국 초연 뮤지컬 '자나, 돈트!'(드버낸드 잰키 연출)는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는 터부시되는 가상의 하트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동성애 뮤지컬'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동성애는 이 작품의 묘미인 '발상의 전환'의 일부일 뿐이다.
'자나, 하지 마!' 쯤으로 번역될 이 뮤지컬은 마법의 힘을 가진 매치메이커 자나(김호영, 이진규 더블캐스팅)를 중심으로 마이크(남) 스티브(남) 커플과 로버타(여) 케이트(여) 커플의 사연, 그리고 스티브와 케이트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다.
'자나, 돈트!'는 한마디로 대사 곳곳에 반전을 둠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면서 '사랑은 위대하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표현한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반전은 다양한 갈래로 나타난다. "남자애끼리 뭐 있나, 쿠키나 굽고 '섹스 앤드 더 시티' 보는 거지"라는 대사나, 풋볼 쿼터백이 진지한 얼굴로 체스 챔피언에게 "체스팀은 섹스 심벌"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보듯 남녀의 고정된 성 역할과 통념을 뒤집는다.
학교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에선 상업공연의 대안인 오프브로드웨이 초연(2003)의 태생적 배경을 반영하듯 "뮤지컬이란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는 장르"라며 상업예술인 뮤지컬의 본질까지도 풍자한다.
비틀어 보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사랑의 본성이다. 동성애자든, 또는 마치 한국사회의 동성애자처럼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이성애자든 극 중 캐릭터들이 표현하는 사랑의 법칙은 지금 이 시대 관객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옛 사랑을 잊기 위해 바쁜 일상에 몰두하고 소홀히 대하는 파트너로 인한 서운한 마음을 쇼핑의 즐거움으로 달랜다.
유쾌한 삽입곡과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안정되게 소화해낸 출연진의 고른 기량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수확이다.
'시카고' 등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김경선(로버타)씨는 물론, 최근 한두 작품을 통해 이제 막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에녹(스티브), 박주형(마이크), 최유하(케이트)씨 등이 선보인 연기와 가창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대사와 삽입곡 가사에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 미국의 인기 TV프로그램 '섹스 앤드 더 시티' '아메리칸 아이돌' 등 트렌디한 내용이 적지 않게 들어 있어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3월 31일까지 세종M씨어터. 1544-1555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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