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군포 연쇄살인사건 수사내용을 용산 참사 대응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 홍보하는 지침을 경찰청에 내려보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청와대와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며 잡아떼왔다. 그러나 문제의 지침을 담은 이메일이 공개되자 청와대는 어제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메일 발송자인 행정관을 구두 경고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도덕성과 언론관을 의심케 하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6명의 귀중한 목숨이 숨진 참사의 파장을 인면수심의 충격적 연쇄살인 사건 수사 내용을 앞세워 가려보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메일에 적시된 "용산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 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등의 표현에는 아연할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치는 법과 원칙은 청와대에서는 공염불이란 말인가.
청와대 관계자는 자체 경위조사 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이 모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5급 행정관 혼자서 그런 지침을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경찰청 홍보관에게 보냈다고 믿기 어렵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윗선의 지시나 상부 보고, 최소한 국민소통비서관실이나 홍보기획관실 차원의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가 파장을 줄여보겠다고 또다시 거짓말을 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도 문제다. 일개 행정관이 여론 공작이나 다름 없는 일을 저지를 정도로 청와대가 허술하고 제멋대로 일 처리를 하는 곳이라면 더욱 큰 일이다. 기강확립 차원에서 구두 경고로 끝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끝까지 관련 사실을 잡아뗀 경찰도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문제의 이메일이 공개된 후까지도 청와대로부터 이메일 수신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용산참사 사건 조사과정에서도 수 차례 거짓말로 빈축을 샀다.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