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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자 아빠의 몰락' 중산층 짓누르는 지출경쟁… 해법은 세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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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자 아빠의 몰락' 중산층 짓누르는 지출경쟁… 해법은 세제개혁!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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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H 프랭크 지음ㆍ황해선 옮김/창비 발행ㆍ204쪽ㆍ1만1,000원

지갑은 그대로인데 돈 쓸 곳은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난다. 부족한 돈을 맞추기 위해 부인도 일을 나가고 불요불급한 지출도 줄이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전혀 없다. 삶의 질은 형편없이 추락하고, 손에 잡힐 듯했던 행복은 점점 아득해진다.

부익부 빈익빈 속에서 어정쩡하게 몰락하고 있는 중산층의 현주소다. 중산층의 고통은 소득의 정체뿐만이 아니다. 얇아진 지갑과 상관없이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지출경쟁체제'가 왜소해진 중산층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즈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중산층 몰락의 처절한 현실을 적시하면서 그 고통을 해결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미국 최상층 부자들의 소득은 급증한 반면 중산층의 소득은 사실상 정체됐다. 1980년 포춘 지가 선정한 미국 2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노동자의 42배에 해당하는 소득을 올렸다. 이 비율은 2000년 50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1979~2000년 미국 가구당 세후소득은 중산층(소득 5분위 중 3분위) 가계가 인플레이션률과 엇비슷한 15% 증가했을 뿐이지만, 상위 1%는 무려 201% 급증했다.

반면 중산층이 '어느 정도' 살기 위한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살기 위한 비용이 끝없이 올라가는 배경에 바로 괴물 같은 '지출경쟁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지출경쟁체제는 부의 집중화에 따라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최상층 부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국내 한 TV 드라마에선 기업을 소유한 오너가 사돈댁 혼사에 한 장, 즉 1,000만원을 부조하는 내용이 나왔다. 이런 내용은 부조에 대한 일반적인 '참조틀'(frame of reference)을 변화시킨다. 3만원이면 인사는 되겠으나, 이젠 10만원 이상이 아니면 무성의한 사람으로 찍히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녀를 '어느 정도' 교육시키는 비용도 같은 식으로 치솟는다. 부자들이 한 달에 1,000만원짜리 과외를 시킨다면, 자녀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월 100만원짜리 학원엔 등록해줘야 할 것이다.

이처럼 최상층 부자들의 막대한 지출은 소득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단계적으로 내려오면서 중산층의 지출을 불가피하게 늘린다. 저자는 이를 '지출연쇄반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녀를 '괜찮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주거지 선택이나 학원비, 각종 경조사비 등은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지위재'(positional good)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위재에 대한 중산층의 지출 증가를 허례나 허영으로 몰아붙일 순 없다. 그건 오히려 사회적 투자나 비용에 가깝기 때문에 합리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위재에 대한 감당키 어려운 지출 증가의 수렁 속에서 중산층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지출연쇄반응을 촉발하는 최고 소득층의 엄청난 소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누진소비세의 도입과, 과감한 저축 면세조항의 도입을 제안한다. 저자의 제안은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시장경제체제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전제에서 그것을 뒤집어야 한다는 상투적 개혁론은 아니다. 대신 체제를 수용하면서도 불합리한 지출경쟁체제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개량적 대안에 가깝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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