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부결됨으로써 18대 국회의 고질적 겉돌기가 야당의 반대뿐만 아니라 여당의 서툰 국회 운영에서 비롯했음이 명백해졌다. 법무부의 입법예고 후 8개월이 지나도록 당정 간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여당 내부의 이견 조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야당과 쟁점법안을 다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결의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에서 쏟아진 반대표다. 표결에는 218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132명이나 됐다. 표결 결과 찬성 78, 반대 100, 기권 40표였고 한나라당에서만 반대 49, 기권 29표가 나왔다. 반대나 기권, 아니 표결 불참 의원만 줄였어도 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 이 모두에 실패했으니 여당의 무기력증이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법조인 여러분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찬성해 주어야 법학대학원(로스쿨)이 순조롭게 간다"고 당부했다. 내부 이견이 적지 않았고,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점을 당 지도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노력 없이 표결로 이끈 것은 정말 안이한 자세다. 의원들은 어차피 당론을 따를 것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 문제다.
의원 개개인도 되돌아볼 점이 많다. 쏟아진 반대와 기권에 대한 "당내 민주주의의 개화"라는 평가는 쓴웃음만 더한다. 자기주장을 펴고, 남의 의견을 들어 최대공약수에 접근할 기회가 충분했는데도 뒤늦게 반대토론에까지 나서면서 무슨 낯으로 야당에게 다수결의 원리를 내세울 수 있을까. 그보다는 법조인 출신이 많고, 애초에 로스쿨 설치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로펌당' 비난이 끊이지 않았듯, 특정집단의 이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3월 국회에서 다시 심의해도 2012년 첫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여당 내의 반대가 로스쿨 제도의 무력화 기도로 이어지지 않을지, 여당의 구심력 저하로 국회의 비효율적 운영이 계속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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