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우주궤도상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인공위성이 충돌하기에 앞서,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지난해 미국 군사위성과 충돌할 뻔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5일 오후 10시께 우주 상공 650㎞ 지점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과학기술위성 1호'와 미국 군사위성이 불과 431m의 거리를 두고 빗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상공에서 431m의 거리는 지상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 두 대가 10㎝의 거리를 두고 교차 주행한 것과 같은 정도의 근접 비행이라는 것이 인공위성센터측의 설명이다.
두 위성이 아주 가까이 접근할 것이란 점은 우주항공방위를 책임지는 미국 북미사령부(NORAD)에 의해 사전에 예측돼 우리 정부에도 긴급 통보됐다. 미국은 과학기술위성 1호의 궤도수정이 가능한지 우리측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공위성센터는 과학기술위성 1호에는 추력기가 장착돼 있지 않아 궤도수정이 불가능함을 미국측에 통보했고 별도의 궤도수정 없이 두 위성이 근접 통과했다.
인공위성센터측은 "북미사령부의 정밀한 예측대로 431m의 거리를 두고 교차비행이 이뤄졌다. 초속 7㎞ 이상으로 빠르게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이 정도로 근접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극히 낮다"고 밝혔다.
강경인 위성연구실장은 추가적인 충돌 위험에 대해 "백사장에서 동전을 잃어버린 뒤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만큼이나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위성간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우주물체감시 연구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우주감시체계 구축(Space Watch)' 사업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우주 공간에서의 물체 감시는 북미사령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사령부는 인공위성을 포함해 일정 크기 이상의 우주 물체에 번호를 붙여 궤도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이 같은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연구그룹 조중현 그룹장은 "인공위성의 피폭, 통신교란 등 우주재난을 감시하고 예보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초적인 연구만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위성 1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개발한 저궤도 소형 위성으로 2003년 9월 발사된 뒤 2006년 5월 임무가 종료됐다. 인공위성센터는 이 위성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수명이 다하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타서 없어지게 된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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