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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식의 재발견'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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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헤리엇 지음ㆍ정기문 옮김/이마고 발행ㆍ791쪽ㆍ2만8,000원

"구체적인 표적을 목표로 하는 연구에 반대할 필요는 없고 특히 AIDS 치료에 집중하는 연구를 반대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오직 전반적인 지식 기반을 증대시킴으로써만 우리는 AIDS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어떤 전염병에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569쪽) 코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기본적인 연구에 전념할 때에만 모든 형태의 질병에 대해 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권고다.

과학에서 예술까지 폭넓은 지식을 축적한 의학자이자 철학자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집단적 사고와 성취라는 기준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과학적ㆍ기술적 발명은 뛰어난 천재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집단적 사고의 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체계에 묶인 프로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의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면서 개개인의 상상력이 발휘될 때 과학은 진보한다는 관점을 역사 일반에까지 추구한다.

책의 후반부는 현대와 미래의 과학에 대한 논의다. 저자는 "진보의 원동력이 되는 중요한 질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견해와 생각에서 나온다"며 상대성이론, 정신분석학, 인슐린의 발견 등을 예로 든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컴퓨터 문명이다. 그는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바꾸고 네트워킹을 구축한다면 집에서 세계 모든 도서관의 책 내용을 완벽하게 볼 수 있다"며 "우리 시대의 모든 재난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거대하고 흥미로운 변화의 시대"(500쪽)라고 말한다.

우주과학, 레이저, 생물학ㆍ의학에서의 첨단적 발견 역시 인류 전체의 집단적 사고의 결과임을 증명한 저자는 고대 문명에서 현재의 랩 음악까지를 논의의 대상으로 심는다. 특히 저자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주변부에서 존재했던 것은 문제나 상황을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예술의 특별한 가치를 강조한다.

번역을 위해 자연과학, 사회, 인문 등의 분야에 일일이 자문을 구했다는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지식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전문화ㆍ세분화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으로 도움을 줄 책"이라고 말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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