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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어린이 도서, 풍요 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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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어린이 도서, 풍요 속의 빈곤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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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할 일이다. 예림당출판사의 과학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가 2,000만부 넘게 팔려나갔다. 국내에서 한 종류의 책이 2,000만부 넘게 나간 것으로 공식 집계되기는 처음이다. 총 50권 시리즈인 <와이(why)?> 는 2003년 첫 출간 이후 2007년 1,000만부 판매를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2,000만부를 돌파했다.

예림당은 2월초까지 2,200만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한다. 2,000만부 판매를 기념해 독서환경이 열악한 전국 511개 초등학교에 5억원 상당의 책을 기증키로 했다니, 예림당은 축하와 더불어 칭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박 행진은 <와이(why)?> 에서 그치지 않는다. 출판계에선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20권)도 2,000만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법 천자문> (아울북 발행) 시리즈도 1,000만부를 돌파한 지 오래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출판시장에서, 어린이도서의 폭발적 성장세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08 문예연감'에 따르면, 2007년 어린이도서 출판 규모는 1조 469억원으로 전체(3조 1,462억원)의 30%에 달한다. 2006년에 비해 무려 347% 성장한 규모다.

그러나 이런 '풍요'가 어린이도서의 질적인 면까지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속을 뜯어보면, 오늘날 어린이도서의 실상은 오히려 '빈곤'에 가깝다. 팔리는 책은 '학습 만화'와 '어린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소수에 한정된다. 이른바 '어린이 실용서'들이다. 반면 정서적 자양분이 되는 창작동화나 그림책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창작의 빈곤 속에 기존 베스트셀러를 재탕해 내거나, 번역물에 의존하는 악순환도 되풀이된다. 지난해 교보문고의 유아 부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든 책 중에서, 신간은 2권뿐이었다. 성인 출판시장과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2,000만부의 축포가, 기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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