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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日사가현의 아침! 300년솔향에 온몸은 적셔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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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日사가현의 아침! 300년솔향에 온몸은 적셔지고…

입력
2009.02.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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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쪽 규슈지방에서도 중심지인 후쿠오카현, 유럽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로 잘 알려진 나가사키현, 벳푸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 등은 우리 관광객들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사가현은 규슈 7개현 중 가장 덜 알려진 지역이다.

농업과 어업이 주요산업으로 인구는 80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출병지인 나고야(名護屋)성터와 한반도와 밀접한 일본 고대 야요이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요시노가리 역사공원등 역사유적이 있다. 조선인 도공들이 융성시킨

이마리와 아리타 도요지도 쏠쏠한 볼거리로 꼽힌다. 그러나 사가여행의 백미는 '불의 나라'라는 규슈의 별칭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하는 특별한 온천지와 아기자기한 료칸체험이다.

사가현 곳곳에 산재한 140여개의 료칸 가운데 대표적인 료칸은 현해탄을 면한 항구도시 가라쓰시의 '요요카구'(洋洋閣). 일본 여행전문잡지 'Vista' 가 전국의 료칸을 대상으로 선정한 료칸 68곳 중 '전통미가 아름다운 5대 료칸'으로 뽑힌 116년

역사의 료칸이다.

매년 봄 3명의 정원사를 투입, 2,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손질한다는 정원은 이 료칸의 고풍스런 풍정을 더한다. 소나무 숲이 콘셉트로 수령 200~350년의 적송, 아취 있는 정원석, 졸졸 흐르는 시냇물, 정원 서쪽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다이쇼시대(1912~1926) 초기 스타일의 누각이 잘 어우러져 섬세하고 아담한 느낌을 준다. 정원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여행자를 기다리는 것은 3명의 전문 주방장이 준비한 가이세키(일본식 코스정식).

사가산(産) 쇠고기 샤브샤브, 현해탄에서 잡아올린 새우, 정어리 조림, 생선뼈로 만든 전병 등이 이어진 저녁상은 규슈 여행의 풍미를 한껏 더해 준다. 1박(2식 포함) 1인당 3만,6750엔.

가라츠시에서 45분 정도 떨어진 사가현 중부 후루이 온천지역의 료칸 '야마토야'(大和屋)는 벳푸나 유후인에 있는 초대형 온천의 번화함보다는 호젓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가족, 연인들에게 권할만하다. 1902년 세워진 전통료칸으로 객실(1박 1만8,500엔)에 딸린 '하나레부로' (독탕)와 전세탕인 '가시키리부로'(시간당 1,000~1200엔)에서 무색, 무취, 무미, 알칼리성 수질이 특징인 후루이 온천의 풍취를 즐기기에 손색없다.

지름 1.8m 정도로 술통처럼 생긴 '가시키리부로' 의 목재 원형욕조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목욕을 마치고 나면 어쿠스틱 기타, LP 레코드 등으로 장식된 복고적 분위기의 다실에서 전통차를 마시며 여수(旅愁)를 달랠 수 있다. 고가의 료칸 투숙이 부담스럽다면 사가현 서남부 다케오 온천지를 권할 만하다. 지역주민을 위한 대중탕인 다케오온천 신관이 유명한데 1914년

세워진 입구의 중국풍 누각은 도쿄역을 설계한 다이쇼시대의 유명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辰野金吾)가 설계한 것이다. 입욕료는 시간당 300엔~400엔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예약이 필수다.

다케오 온천지의 최고급 료칸인 '지쿠린테'(竹林停)는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미우네야마(御船山)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1997년 아키히토 일왕이 투숙,' 고수쿠'(御宿)라는 수식어를 옥호 앞에 덧붙였다. 암벽 트래킹으로 유명한 미우네야마(210m)의 산세를 거스르지 않도록 설계돼 11개의 객실을 연결하는 통로가 미로처럼 복잡하다. 1박 2만9,800엔~15만엔.

다나카 마사후미(田中正文^53) 사가현 관광연맹 유치추진과장은 "사가현은 고풍스러운 온천지역의 여유로움과 농촌지역 특유의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와 료칸이 많다"며 "한국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 유럽 수출 '아리타 도자기' 시작은 400년전 조선인 이삼평

‘눈 아래로 집들이 빗처럼 촘촘하네/ 가마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모락모락/ 솔바람은 예로부터 불어오는고/ 이씨 조상이 도산(陶山)을 어루만지는구려’ (‘도산’(陶山))

1918년, 당시 사가현 니사마츠우라의 군수인 가시타 사부로(樫田三郞)는 도자기 가마들로 빽빽한 아리타(有田)마을의 한 언덕을 지나며 이 같은 한시를 읊었다. 이 시에 나오는 ‘이씨 조상’은 누굴까? 임진왜란 때 이곳으로 끌려온 조선도공 이삼평(李參平ㆍ?~1655)이다. 사가번의 시조인 나베시마 나오시게에 붙잡혀 일본에 끌려온 이삼평은 양질의 백토를 구하기 위해 번 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1616년께 아리타마을에서 최상급 자기의 원료가 되는 자석(磁石)광을 발견, 일본 최초의 백자요인 텐구다니(天狗谷) 가마를 만들고, 현재의 분업제와 비슷한 작업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런 공로로 이삼평은 그가 살았던 조선의 ‘금강도(金江島)’의 지명에서 유래한 ‘가나가에(金江)’라는 성씨를 받았다.

아리타마을에서는 이삼평을 ‘도조(陶祖)’로 추존해, 아리타 도자기 창업300주년이었던 1916년에 기념비를 세우고 그를 기리고 있다. 이삼평 등 조선 도공들의 지도 하에 아리타의 백자는 발전을 거듭, 이후 유럽까지 수출돼 일본자기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현재 아리타에는 160여개의 가마와 300여개의 도자기 갤러리들로 활기가 돌고있다.

이삼평에 대한 지역민들의 존숭, 아리타 마을의 흥기에도 불구하고 이삼평 후손들의 처지는 비슷한 경로로 일본에 끌려온 가고시마의 심수관가와 대조를 이룬다. 심수관가의 후손들은 가고시마현 미야마에 ‘대한민국명예영사관’이라는 명패를 단 아담한 도원을 꾸며놓고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고 있는 반면, 이삼평의 후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삼평의 14대손인 도예가 가나가에 쇼헤이(金ケ江省平ㆍ48)씨가 아리타에서 운영 중인 ‘이삼평요 갤러리’(http://toso-lesanpei.com)는 5~6평 규모의 영세한 갤러리다. 가나가에씨는 딸 한 명만 두고 있어 가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가 일본의 명 도자기 산지인 아리타 마을을 열었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있다”며 “한ㆍ일 양국 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아리타 마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여행수첩

▦ 사가현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 항공편과 배편 모두 후쿠오카를 경유해야 한다. 서울, 부산에서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매일 운항되며, 부산에서 후쿠오카 하카타항(2시간55분 소요)을 잇는 쾌속선도 매일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사가역까지 JR특급 열차로 40분, 가라쓰까지는 1시간20분 가량 걸린다. 다케오온천, 이마리 도요지 등 주요관광지까지는 버스로 대략 1시간~1시간20분 가량 소요된다. 문의 ㈜인터내셔널커뮤니케이션(www.japanpr.com) (02)737-1122

사가=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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