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금융공기업 기관장에 능력 있는 민간인사를 공개모집을 통해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위 모피아(MOFIAㆍ옛 재무부ㆍ재경부 출신 관료)가 독점하다시피 한 금융 공기업 인사관행을 개혁하고자 한 것. 민간기업CEO 출신 대통령 시대를 맞아 공모제는 금융공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의 새로운 인사 룰로 자리잡는 듯했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이 같은 개혁의지는 온데 간데 없고 도리어 낙하산 인사, 모피아 시대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석중인 수출입은행장에 김동수(54)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내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장 인선이 사실상 끝났고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재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행시 22회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차관보 등을 거쳐 지난달까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냈다. 사실상 현직이나 다름없는 전직 관료를 그대로 산하공기업 기관장에 낙점한 셈이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7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공모절차를 거쳐, 진동수 현 금융위원장을 은행장으로 선임했다. 물론 수출입은행만 공모제가 적용됐던 것은 아니고, 상당수 공기업들이 공모제를 통해 CEO를 뽑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는 수출입은행장을 공모절차 없이 뽑고 있다. 1년도 못돼 공모제 원칙은 사라지고, 다시 옛날식 임명제로 되돌아간 것이다.
더구나 수출입은행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직전 차관을 행장으로 내정, 전형적인 낙하산인사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팀 개편을 통해 옛 재무부ㆍ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전면 배치된 상태에서 수출입은행장까지 장악함에 따라, 금융계에선 '모피아시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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