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20세 이상 우리 국민의 7.3%(2005년)가 앓는 국민병이다. 더 무서운 점은 뇌졸중과 심장병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과 망막과 신경계 손상, 발 궤양, 성기능 장애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어떤 당뇨약을 먹어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었다. 기존 당뇨약이 체내 인슐린 감작(感作ㆍ생물체에 어떤 항원을 넣어 그 항원에 대해 민감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늘리거나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만, 장기적으론 그 부작용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수가 줄어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한 인크레틴 호르몬에 기반한 신약이 속속 개발ㆍ출시돼 각광을 받고 있다. 인크레틴은 베타세포가 인슐린 합성ㆍ분비를 촉진하도록 한다.
대표적인 약제로는 인크레틴 분해 억제제(DPP-4억제제)와 인크레틴 유사체(GLP-1 agonist) 등이다. 지난 6일 강남성모병원에 인크레틴에 기반한 당뇨병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크레틴 클리닉'이 개설됐을 정도다.
■ 혈당조절의 '마에스트로' 인크레틴
인체는 인크레틴 호르몬이 주도하는 훌륭한 혈당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음식물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 GIP 등 2가지가 있다)은 혈당이 높고 낮음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혈당이 높을 때 낮추는 역할)과 글루카곤(혈당이 낮을 때 높이는 역할)을 적절히 분비하도록 조율한다. 한마디로 인크레틴 호르몬은 혈당조절의 '마에스트로'다.
문제는 인크레틴 호르몬 분비량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현저히 줄며, 이마저도 생성 후 80% 정도가 1~2분 만에 DPP-4 효소에 의해 무력화된다. DPP-4억제제는 이 같은 DPP-4 효소 활동을 막아 인크레틴 호르몬의 혈당조절 작용이 최대한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다.
그런데 당뇨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혈당. 저혈당은 당뇨병 치료 과정에서 인슐린의 과다한 분비로 인해 발생한다. 설포닐우레아 등 기존 당뇨약은 인체 내 혈당 수준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췌장 안에 있는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므로 자칫 혈당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저혈당이 될 수 있다.
저혈당이 되면 식은 땀,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빈맥, 두통, 어지럼증 등 가벼운 증상에서 경련과 혼수상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환자의 몸무게가 늘어난다. 인슐린은 잉여 포도당을 체내 축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DPP-4억제제 도움을 받아 인슐린 분비가 최적화되면 몸무게 증가는 그리 많지 않게 된다.
인크레틴 호르몬 자체가 식욕 억제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DPP-4억제제 등 인크레틴 호르몬에 기초한 치료법은 체중 조절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DPP-4억제제는 베타세포의 양이 서양인보다 적어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한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MSD가 출시한 DPP-4억제제인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는 한국과 중국, 인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임상시험한 결과,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7% 이하가 정상)가 1.03% 감소했으며, 특히 한국인은 평균 1.37% 감소해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 인크레틴 기반 당뇨약제 속속 나와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인 DPP-4억제제는 MSD의 자누비아로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 알 당 1,020원의 보험약값을 받아 처방이 많이 되고 있다.
자누비아는 DPP-4억제제로는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DPP-4 억제 성공률이 80%나 돼 미국ㆍ유럽 등 80여개국에서 1,000만건 이상 처방되고 있다.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 알 먹으면 된다.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자누비아와 같은 DPP-4억제제는 DPP-4 효소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인크레틴 활성을 늘려 혈당조절 기능을 최적화하고 저혈당과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10여개의 DPP-4억제제가 개발되거나 임상시험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리자(삭사글랍틴)가 FDA 신약 승인서를 신청했으며, 노바티스의 가브스(빌다글립틴)는 지난 1월 국내 판매 승인을 받았다.
베링거인겔하임의 BI 1356도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LG생명과학도 DPP-4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인크레틴 유사체는 아메리카 독도마뱀(Gila monster)의 타액 성분인 엑센딘-4를 합성한 것으로 인체 내에 결핍된 인크레틴 호르몬을 대체한다. 지난해 6월 식약청 승인을 받은 릴리의 바이에타(엑세나타이드)가 있다. 펜타입 주사제로 하루 아침, 저녁 식사 후 2회 투여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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