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성내3동 오륜교회는 건물이 오피스텔처럼 생겼다. 이름에도 교회라는 단어가 없다. '오륜비전센터'이다. 교회 안에는 체육관, 갤러리, 카페, 독서실 등이 있어 동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편하게 들러서 교회와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김은호(53) 담임목사의 뜻이 담겨있다.
김 목사는 '예배 갱신'을 통해 교회 성장을 이룬 2세대 목회자다. 20년 전 상가 건물 40평을 임대해 교인이라고는 재수생 단 2명으로 시작한 개척교회가 현대적인 '문화예배'를 통해 지금은 신자수 1만명을 헤아릴 만큼 성장했다. 젊은 세대가 교회에서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 교회의 신자는 특이하게도 젊은이와 남자들이 많다.
오륜교회의 예배는 파격적이다. 설교 내용을 미리 10~15분 정도의 드라마로 보여준 뒤 김 목사의 설교가 뒤따른다. 죽음에 관한 설교를 할 때는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최민수가 죽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관을 갖다 놓고 설교를 하기도 한다.
설교 시간에 야구방망이나 식칼 등의 소도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배 순서도 단순하다. 많으면 20여 개나 되는 형식적인 순서를 없애고 찬양-말씀-기도로 군더더기가 없다. 장로 대표기도도 없고, 헌금시간도 따로 없다.
"진리는 변함이 없지만 진리를 담는 그릇은 시대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 그릇이 문화입니다."
김 목사가 예배 갱신을 하게 된 것은 1994년 미국의 한 교회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슬리퍼와 반바지에 머리를 딴 목사가 예배를 이끄는 것을 보고 목사가 저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당혹스러웠지만 그 예배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김 목사는 의자 18개에 불과한 상가 교회에서 예배 갱신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자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우리가 변하면 언젠가는 한국교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신자들은 웃어넘겼다. 그렇게 시작한 예배 갱신으로 지금처럼 성장했다. 금요기도회나 11월의 특별기도회에는 매일 2,000여명이 참석한다.
오륜교회는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사회봉사를 꿈꾸고 있다. 인터넷 중독과의 전쟁이다. 3월 29일 20주년 기념예배 특별헌금을 재원으로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유센터'를 개설해 치유상담, 성령치유사역 등을 할 계획이다.
또 인도 콜카타에 지은 20주년 기념교회 헌당식을 22일 갖고, 그간의 성장 경험을 다른 교회들과 나누기 위해 3월 23일에는 사역박람회를 연다. 세미나에서 지난 궤적을 살피고, 재정을 포함한 행정사무 시스템도 공개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현재의 성장세를 살려 지교회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형교회들이 세운 지교회 때문에 지역교회들이 위축된다는 병폐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교회에 등록되지 않은 비신자만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지교회 재정의 60%는 사회구제에 쓸 생각입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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