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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잿빛 전망에도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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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잿빛 전망에도 귀 기울여라

입력
2009.02.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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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라면 증권가의 괴문서 수준이다, 언론 관련 법을 제정, 개정할 요량으로 미디어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펼쳐지고 있다.

덩치가 커지면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전망, 법 제정과 개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전망, 문화 복지도 높아진다는 전망, 사회적 다양성을 더 높일 거라는 전망. 자고 일어나면 젖과 꿀이 흐르는 미디어 신세계들이 한 묶음씩 우리 앞에 던져진다.

미디어 산업 전망은 사실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성공하리라 믿었던 뉴미디어가 걸음마를 시작도 못하고 엎어진 예는 수없이 많다.

세계 유일의 위성DMB 탄생을 앞두고 수많은 장밋빛 전망이 펼쳐졌지만 지금 그 사업은 참담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터지게 덤벼들었던 지상파DMB 사업은 어떤가.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게 정설이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측에서 보자면 적정 수용한계라는 게 존재한다. 텔레비전 채널이 100개 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고마워하고 즐거워할까. 주변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미디어가 널려진다고 해서 삶이 행복해지는 것일까.

어차피 신나는 수용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필요한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엔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 수용자 개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 뻔하다.

큰 돈을 가진 사업자가 미디어에 진입하면 그를 중심으로 한 집중이나 독점이 새롭게 생김은 당연한 귀결이다. 미디어 사업의 집중이나 독점이 다양성을 거스르게 됨은 미디어 산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들이 열거한 외국의 성공 사례들은 미디어 시장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생긴 특수 사례들인 경우가 많다. 해보지도 않고 꼬리를 내릴 일이 아니라고 강변할 수는 있으나 이미 시작했다가 망가진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에도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뒤늦었지만 장밋빛 전망을 견제하는 부정적 전망과 근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견해나 주장이 장밋빛 전망보다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디어 산업이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수요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부정적 전망이나 근거들은 장밋빛 전망들과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 더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한 번 바뀌게 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중요 사안을 놓고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밀어붙이지 말고 합리적 대화를 펴자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우스탱크가 아닌 싱크탱크 역할을 연구기관이나 보고서가 해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일사불란을 강조하는 못된 바람이 불고 있다. 미디어는 솥과 같은 존재다. 물을 담은 솥이 불을 만나서 멋진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그같이 멋지고 중요한 존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물을 빼고 불만 이야기하거나 불을 빼고 물만 이야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될 일이다. 발목 잡으려는 부정적 전망이 아닌, 더 멋진 화합을 위한 일임을 솥의 지혜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미디어는 온 사회가 누려야 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 자산을 키우고, 가꾸고, 다듬는 데는 온 사회가 다 참여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자산에 대해 일방적이고,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저 믿고 따르라며 독점적 지위를 욕망하는 쪽은 혹 미디어 전횡을 행하고 있지나 않은지 고민할 일이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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