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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평은 뻥… 소비자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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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평은 뻥… 소비자는 봉

입력
2009.02.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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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N여행사를 통해 태국여행을 갔던 김모(38)씨. '노팁, 노옵션'이라는 여행사측의 말을 믿었지만 현지 가이드에게 팁 100달러를 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불쾌한 생각에 여행사 홈페이지에 "실상은 다르다"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곧바로 삭제됐다. 김씨가 항의 전화를 하자 여행사측은 사과는커녕 되레 "자꾸 불리한 글을 올리면 영업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달 일당 5만원을 받고 댓글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26)씨는 일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관뒀다. A 네비게이션 제품의 램 용량이 작아 MP3와 영화보기 등 부가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데도 "써보니 좋다"라는 식의 거짓말을 하루에 40~50번 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인터넷 여론조작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고객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쓴소리를 하는 고객에는 협박을 하고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자사 상품에 대해 허위 과대광고를 하기도 한다.

K제약업체 홍모실의 김모(41)팀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전문 '알바'(아르바이트 직원)를 고용해 상품평과 댓글 마케팅을 펼친다"며 "일부 내용에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김 팀장은 "일반 고객의 나쁜 평가 글이 올라오는 경우 관리자가 바로 삭제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모집은 주로 인터넷 전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데 주요 포털마다 수십 개가 성업 중이다. '인터넷 재택근무, 한달 200만원'이라는 조건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하루 4만~6만원을 지불한다.

고용된 이들은 주요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아이디 수십 개로 '이 상품 어떠냐', '써보니 좋다'는 식으로 40~50개 글을 남긴다. 소비자들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노골적인 광고성 문구는 걸러진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서울본부에 따르면 상품평, 댓글과 관련된 상담사례는 지난해 월 5~6건에서 올해는 지난달에만 14건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말 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강추(강력추천)" "백화점 상품 못지않다"라는 말에 11만원을 주고 가방을 구입한 이모(22ㆍ여ㆍ인천 연수동)씨는 디자인이 상품평과 달리 조잡할 뿐더러 사용 한달 만에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까지 반품이나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구제책은 전무하다. 제품 설명이 허위일 경우 절차에 따라 보상이 가능하지만 현행 법규상 상품평과 댓글은 의견개진으로 분류돼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재욱(35) 한국소비자원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상품평과 댓글의 조작과정을 밝혀 내는 것은 어렵다"며 "법상으로도 이는 방송통신위 소관"이라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댓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감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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