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의 투정에 주부 이모(35)씨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잔병치레로 유치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했던 딸이 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그야말로 물가에 아이를 내놓는 심정이다. 게다가 봄철에는 각종 유행성 전염병과 계절성 질환도 많고 야외 활동이 늘어 외상 사고 위험도 크다. 취학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들이 주의해야 할 어린이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 홍역 등 2차 예방 접종 필수
학교는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므로 각종 유행성 질병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 홍역과 이질 등 어린이 전염병들이 해마다 늘고 있어 취학 전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DTaP(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 백신과 소아마비(폴리오) 백신은 아기 때 접종했더라도 4~6세가 되면 항체가 떨어지므로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MMR(홍역ㆍ볼거리ㆍ풍진) 백신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4~6세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게다가 '2차 홍역 예방 접종 증명서' 를 반드시 학교에 제출해야 하므로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 이밖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폐구균 백신이나 AㆍB형 간염 백신, 일본뇌염 백신도 입학 전에 접종해야 한다. 다만, 신생아 때 접종한 BCG(결핵) 백신은 흔적이 없어졌어도 입학 전에 다시 접종할 필요는 없다.
비만 어린이는 혈당검사를, 주의가 산만하거나 집중을 잘하지 못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아이가 편식습관이 있거나 식욕이 없을 경우 철분 부족 때문일 수 있으므로 빈혈검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밖에 11~12세 여학생에게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 알레르기 미리 확인
봄철에 콧물과 재채기, 기침 등의 감기 증상을 달고 다니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감기가 아니라 환절기에 유행하는 알레르기성 질환일 수 있다. 특히 꽃가루병은 감기 증세처럼 미열이 나고 콧물이 많이 흐르지만 감기와 달리 맑은 콧물이 흐르며, 눈을 비벼대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또한 감기는 대개 1주일 정도 치료를 받으면 낫지만 꽃가루병은 계절이 끝날 때까지 호전되지 않으며, 매년 같은 증세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 학교가기 겁내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으로 인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학교가 싫거나 무서워서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다니는 어린이가 많아 문제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전체 취학 어린이의 3% 정도가 분리불안증을 겪고 있다. 유치원이나 학원보다 지켜야 할 규칙과 규율이 많고 교사 태도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가 집에서 과잉 보호하거나 독립심이 약한 어린이들에게서 분리불안증이 잘 나타난다. 대개 복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면서 등교를 거부한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려면 입학할 학교에 자녀를 데려가 공부할 교실과 운동장을 함께 둘러보고 자녀에게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율과 규칙을 말해주면서 두려움을 덜어주면 된다.
자녀가 학교 가기 싫어하면 수업시간에 함께 있어 주거나 방과 후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친구나 교사와의 문제로 등교를 거부하면 이른 시일 내에 담임교사와 상담해 해결해야 한다.
■ 혹시 학습장애?
특별히 정신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또래 어린이보다 듣기와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을 잘하지 못하면 학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개 언어발달이 늦는 것이 특징인데, 어린이청소년과나 언어치료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자녀가 목에 무엇이 걸린 듯이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대고 훌쩍거리거나 치아를 딱딱 부딪히면 틱(tic)증후군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아이들이 주로 동생을 보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 생긴다. 취학 전에 바로 잡지 않으면 우울증, 등교 거부, 학습부진 등 성격장애로 악화할 수 있다.
■ 충치는 조기 치료
초등학교 때는 유치(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다. 따라서 취학 전에 치과를 찾아 충치 여부와 함께 치아 발달이 잘 진행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특히 첫번째 영구치인 여섯번째 어금니는 치주 모형의 기본이 되므로 올바른 위치에 잘 보존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부모는 한번 빠질 유치라고 해서 충치가 생겨도 방치하는데 이는 자녀의 올바른 치아배열과 구강건강을 해칠 수 있다. 상한 유치를 그냥 두면 새 영구치의 정상 성장을 방해하고 아픈 충치쪽 어금니 대신 다른 쪽으로만 음식물을 씹다가 턱관절도 변형돼 나중에 발음을 잘 하지 못하고 턱뼈가 불균형하게 자라 얼굴 모습이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유치에 충치가 생기면 조기에 치료 받아 유치가 자연스럽게 영구치가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자녀가 당분이 많고 끈적한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는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음식물을 골고루 먹인다.
■ 굴절이상은 조기 발견이 중요
시력 기능은 태어나 6개월이 지나면서 0.1, 돌이 되면 0.2, 두 살 때는 0.3 정도가 돼 6세쯤 되면 1.0 시력이 된다. 이 시기에 근시와 원시, 난시 등의 굴절이상이나 사시, 눈꺼풀 이상 등에 의해 정상시력 발달이 안 되면 이후 아무리 애를 써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약시가 된다.
따라서 자녀의 눈 건강을 위해서는 적어도 생후 6개월, 3세, 초등학교 입학 전 등 세 번 정도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안경을 쓰고 있다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안과검사를 통해 적절한 도수로 안경을 조정해야 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동수 교수, 연세대 치과병원 최병재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안과 신재호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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