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하면 우리는 5ㆍ18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의 야당말살 음모를 저지한 1985년 2ㆍ12 총선 때의 민주화 열기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우연찮게도 올해 이 날은 국내를 떠나 세계사적 의미로 더욱 충만했다.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자연계를 관찰한 것을 토대로 인류 지성사의 물꼬를 바꾼 영국의 찰스 로버트 다윈(1809~1882)과, 평등과 자유에 대한 불굴의 신념으로 인류 문명사의 흐름을 뒤흔든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등 두 거인이 200년 전 탄생한 날이어서다.
▦ 올해 두 사람의 탄생일은 인류의 눈을 뜨게 해준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어서, 또 노예해방 선언 이후 146년 만에 흑인 정권이 출범한 해여서 더욱 뜻 깊다. 물론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이 생전에 조우한 기록은 없다. <종의 기원> 이 출간된 다음 해 링컨이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인연 정도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이룬 두 사람의 성취와 업적이 200년, 아니 그 이후까지 인류에 길이 기억될 줄은 본인들도 몰랐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디테일과 올바름, 열정과 정직이 위인을 만드는 최대 덕목임을 새삼 깨닫는다. 종의> 종의>
▦ 링컨에 대한 조명은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진 만큼 지구촌의 지금 관심은 다윈 쪽에 쏠려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 철학과 기독교 신학에 바탕한 서양역사의 사상적 기반을 흔든 그의 진화론이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ㆍ사회과학의 전 분야에 깊게 침투해 진보적 역사관의 토대를 이루며 21세기 지식혁명의 모체로까지 확대된 까닭이다. 국내 학자들이 만든 '다윈 포럼'을 이끄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진화론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는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 경제학도 진화론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특히 아담 스미스 이래 합리성과 균형을 두 축으로 '만능신(deus ex machina)'처럼 추앙 받아온 시장이 탐욕과 방탕에 노출될 때 어떤 혼란과 공포를 가져오는지가 드러난 지금, 이른바 기계론적 '뉴턴표 경제학'과 구별되는 '다윈표 경제학'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과거 마르크스 경제학과 케인즈 경제학이 했던 것처럼, 변이와 다양성을 중시하고 동태적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제학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이런 논의가 추상적이지만 '다윈 혁명' 200주년을 맞아 대수술을 요구 받는 경제학의 운명이 흥미롭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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