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아버지들을 떠올리려니 다급할 때마다 "아빠"부터 찾고 보던 중학교 친구 생각이 난다. 그것이 재미있어서 가끔 골려주곤 했는데…. 첫번째 아버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광고 속의 아버지다. 택시를 탄 아버지가 핸드폰의 음성 녹음을 듣는다. 아빠 사랑해, 라고 발랄하게 이야기하는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는 녹음을 지우지 않고 딸이 그리울 때마다 듣고 또 듣는다.
또 한 명의 아버지. 연쇄살인범에게 희생 당한 대학생의 아버지가 딸의 미니홈피에 글을 올렸다. 딸에 대한 그리움과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가득한 글을 읽으며 가슴이 미어진다. 그토록 찾아다니던 딸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딸이 겪었을 공포를 아버지는 딸이 되어 겪고 또 겪는다. 내 딸이 아닐 거라고 한사코 부인하던 아버지는 그 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네가 지고 간 십자가의 의미를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고 머리 쓰다듬어 어린 딸을 재우던 그때처럼 이야기한다.
아버지들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딸을 낳고 가녀린 그 작은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쩔쩔매던 젊은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장한 딸에게서 첫사랑의 얼굴을 본다던 중년 아버지의 말도 떠오른다. 딸을 잃고 아버지는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진 채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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