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인지라 '위기는 기회'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자주 듣는다. 주로 정부나 기업 차원의 모토지만 개인들에게도 솔깃한 말이다. 증시가 폭락한데다 아파트 가격도 크게 떨어지면서 "증시건 아파트건 한번 질러볼까"하는 유혹이 많다.
1997년 외환위기이후 기회를 잘 잡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쉽지 않고, 이미 증시나 아파트에 돈이 물려 추가 자금투입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추락의 심연을 알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복잡한 양상을 띄고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세계가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개인도 자칫 잘못 판단하면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이 그렇다. 12일 발표된 미분양아파트 대책은 정부가 모든 보호장치를 걷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다주택 소유를 부추겨 부동산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인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다시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 강남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강부자' 정부가 호시탐탐 '강남 살리기'에 몰두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적 요소를 제거하고 가격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지, 투기 바람을 일으켜 경기 활성화의 착시현상이나 일으키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특히나 부동산 거품은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주범이다. 국내에서도 수 차례 문제를 일으켜 우리 경제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어왔으니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통제가 필요한데도 정부가 역방향으로 간다는 느낌이다.
또 정부가 강남 부동산에 대해 규제완화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낼 경우 국민들은 '강남 불패'의 착각에 빠져 무리한 투자에 뛰어들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이미 주변에는 부동산에 손댔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강남 매물에 대한 대기 세력도 적지않게 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고, 소비자들도 '강남 불패'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대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 부동산을 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실제 강남의 거품을 다소나마 뺀 것은 세계 경제위기였다. 마찬가지 논리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경기회복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므로 무리하게 부양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 에서 "트렌드는 무한정 지속되지 않으며, 미래는 일직선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증시와 부동산이 폭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 노무현 정부 내내 '강남 불패' 신화가 이어진 것 등은 그 당시 트렌드였을 뿐 다시 일직선상에서 반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가올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일 수 있다. 부의>
조재우 경제부차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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