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모(37)씨는 최근 중국펀드에 매달 넣는 돈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다시 늘렸다. 지난해 수익률이 -60%까지 고꾸라지자 적립금을 줄였는데(50만원→10만원), 올들어 중국 증시가 강세라는 소식과 손실 폭이 줄어드는 것(현재 -45%)을 확인하고 결단을 내린 것. 그는 "워낙 손해를 많이 봐서 그냥 팔 수는 없었는데 다행히 요즘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증시가 '나 홀로' 강세다. 주요국 증시가 지루한 박스에 갇힌 양상(다우존스 8,000, 니케이 8,000, 코스피 1,200)이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심리적인 저항선(2,000)을 훌쩍 넘은 뒤에도 상승세(11일 현재 2,260.82)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바닥과 비교하면 27%가까이 오른 셈.
중국 증시가 다시 뜨자 설레는 건 지난 해 반토막(지난해 평균 수익률 -54.40%)났던 중국펀드의 투자자들이다. 다시금 '바이 차이나'(Buy China) 조짐도 보인다. 올들어 중국펀드에 새로 유입된 자금은 약 500억원으로, 다른 해외주식형펀드 전체 규모(300억원 남짓)를 압도한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해외주식형펀드 가입자 가운데 중국펀드 비중은 3명중 1명 꼴이다.
그런데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존 투자자는 "왜 중국 증시 상승세만큼 내 펀드 수익률이 안 오르지?", 잠재 투자자는 "전세계 경제가 안 좋다는데 앞으로도 중국만 계속 오를 수 있을까?"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낙관론'과 '신중론'이 맞선다. 중국펀드를 '미워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H냐, A냐
국내에서 운용되는 대부분의 중국펀드는 홍콩 H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한다. 그만큼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홍콩은 세계 금융시장의 허브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재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금융비중이 압도적(58%)이다. 실제 홍콩H지수는 연초 고점(8,000선)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펀드 가입시점이 2007년 5월 이전이라면 거의 모두 H펀드, 혹은 홍콩펀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H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 평균은 11일 현재 -0.41%다. 3개월 수익률이 14.13%라 어느 정도 회복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 증시 상승 분위기와는 아직 동떨어진다.
올들어 승천하고 있는 건 중국 본토 증시(상하이A지수)다. 본디 내국인 전용이었지만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취득하면 투자가 가능하다. 푸르덴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한화투신운용 등이 획득했고, 하나UBS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도 신청을 한 상태다. 관련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즉 최근 중국 증시 상승세의 과실을 따먹으려면 A펀드(중국본토펀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첫 A증시 투자 펀드(2007년 5월)인 PCA투신운용의 'PCA차이나드래곤AShare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51%나 된다. 같은 기간 전체 A펀드 평균 수익률도 21.36%다.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는 H펀드와는 극과 극 행보다.
전문가들은 신규 투자자라면 중장기적으로 A펀드를, 기존 투자자에겐 인내를 권하고 있다. "올해는 개방도(수출비중)가 높은 국가를 팔아야 하는 추세인데, 홍콩이 타깃이 될 확률이 높아 중국 본토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 "중국 본토가 0이이라면 홍콩은 -40(프리미엄차)이라 연말까지 기다리면 H펀드도 좋아질 것"(조용찬 한화증권 중국분석팀장)이라는 논리다.
중국 증시 앞날의 명암
최근 중국 증시의 상승을 견인하는 건 단연 중국 정부의 정책이다. 펀더멘털이 좌우하는 다른 나라 증시와 달리 중국은 경제적 특수성 때문에 늘 정책이 증시를 움직여왔다. 사실 전세계에서 중국만큼 강력하고 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는 국가도 없다.
적극적인 정부 지출 확대 및 세법 조정, 금리인하 및 시중 유동성 공급, 소비진작 정책 발표 등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이 되면 중국 시중에 풀릴 돈(유동성)이 자그마치 1경1,200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조용찬 팀장은 "강력한 정책 덕에 중국 경제가 2분기 바닥을 찍고 'V'자형으로 치고 올라가 증시는 최소 3,000선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너무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하면 지금이, 아무리 신중해도 2분기가 투자할 때"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계웅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의 강제에 의한 것이라 효과가 오래 못 갈 것"이라며 "최근 반등 폭은 컸지만 근본적 추세반전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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