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 꽤 오래 전 자리잡은 종기가 곪아 터질 기세다. 그 종기는 오는 4월 지역구 당협위원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 친(親)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계 간 갈등이다.
속으로 곪은 종기가 드러난 것은 친박 이해봉 의원이 11일 최고중진회의에서 이를 정면으로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 그는 "현역 의원이 입당하면 당연히 당협위원장을 맡게 하는 게 관행인데 아직 아무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외위원장 협의회가 구성돼 많은 잡음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정치실세는 바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지칭한 것.
그러자 친이측 박순자, 공성진 최고위원이 발끈,"협의회는 친이ㆍ친박을 망라한 조직이고 분란을 만들려고 나선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더 이상 말하지 말자"고 제지하지 않았다면 싸움은 커졌을 것이다. 이날 회의는 "일단 4월 재보선까지는 논의하지 말자"며 문제를 덮었지만 종기가 악화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지난해 7월 복당한 친박 현역의원과 친이 낙선 원외위원장이 공존하는 문제 지역구는 부산 남을(김무성 의원_정태윤 위원장), 부산 연제(박대해 의원_김희정 위원장), 대구 달서갑(박종근 의원_홍지만 위원장), 대구 달서을(이해봉 의원_권용범 위원장) 등 모두 18곳.
친박 현역의원들은 "당연히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원외 위원장들은 "당헌 당규 어디에도 위원장을 현역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원외위원장들은 이해봉 의원이 지적한대로 최근 협의회를 만들어 스크럼까지 짰다. "순순히 내 줄 수 없다. 경선이라도 하자"고 주장한다.
친박 의원들은 이런 원외 위원장들의 움직임 뒤에 이재오 전 의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재오계 안경률 사무총장이 위원장 정리 문제를 뭉개는 것도 그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18군데 모두 일률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외 위원장이 물러나는 곳도 있겠지만 끝까지 원외위원장이 경선을 고집하면 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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