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가 터질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예견된 참사'. 지난 9일 경남 창원 화왕산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도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 미리 조심했더라면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대한야구협회장 선출, 그로 인한 파행인사와 조직 내부의 내홍도 '예견된 참사'나 다를 바 없다. 지난 6일 강승규 신임 회장은 프로 출신 협회임원 5명을 해임하고, 이상현 사무처장은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후 야구계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강 회장은 10일 김지태, 이웅길 신임 이사를 전격 면직시켰다. 김 이사는 강 회장 추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 임직원 8명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강 회장의 보다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상현 사무처장의 대기발령은 납득할 수 없고, 야구협회 정년 규정인 58세를 넘긴 윤정현씨를 총무ㆍ홍보이사로 발령한 것은 잘못된 인사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성명서에 서명까지 한 것은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잘못된 인사만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파문의 1차 책임은 야구와는 무관한 정치인을 회장으로 추대한 야구인들에게 있다. 그들은 정치인 회장을 간판으로 내걸고 뒤에서 협회를 좌지우지하려 했다.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빌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인 셈이다.
'타이틀'에만 욕심을 냈던 강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 회장은 파문이 커지자 "추대할 때는 언제고 이런 조직이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인사권자는 강 회장 자신이다. 추대될 때는 가만 있다가 시끄러워지자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수장의 도리가 아니다.
강 회장은 당선 직후 인사말을 통해 "야구가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상식 밖의 조직운영과 인사부터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민스포츠는 꿈같은 얘기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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