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현금 보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금고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백화점 매장에 정식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12일 가정용 금고 브랜드 ‘루셀’을 정식 입점시켰다고 밝혔다. 백두현 MD관리 담당은 “백화점에 1,00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했지만, 가정용 금고가 정식 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금융불안으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소비자 욕구가 높아진 것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층에 오픈한 루셀은 일반모델이 132만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고급형은 231만원의 고가이지만, 개점 6일만에 43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워낙 무거워 전량 배달해주는 데, 배달처는 압구정동 한남동 여의도 분당 등 전통적인 부촌들이다.
백화점 측은 “부자일수록 현금 보유를 원하는 것 같다”며 “구입 고객들이 ‘요즘 강남의 계가 다 깨진 데다 은행도 믿기 어려워 마땅히 목돈 보관할 데가 없으니까 금고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요즘 금고가 인테리어용 가구 못지않게 유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것도 인기가 높은 이유다. 금고에 대한 고정관념과 달리 가정용 제품은 기존 다이얼 대신 디지털 잠금장치를 장착했고, 와인색 바탕에 꽃무늬를 새기는 등 화려한 외관이 생활 가전제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크기는 내부 기준으로 높이 425㎜, 폭 330㎜, 깊이 310㎜로 약 2억원(신권 1만원짜리 기준)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김정태 가정용품 바이어는 “금고의 등장은 현금, 보석, 집문서, 통장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집에서 보관하려는 불황기 불안심리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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