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째깐 참았더니 오히려 더 잘 살게 됐당께요."
어획량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 금어기를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치어를 보호한 어민들이 바다로부터 보답을 듬뿍 받았다. 어획량이 늘어 소득이 오히려 증가했을 뿐 아니라 우수공동체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거액을 받는 덤까지 누렸다.
전남 목포연안 통발어민 43명이 자율관리어업공동체를 결성한 것은 2004년 11월. 이 곳에서 주로 잡는 민꽃게(일명 돌게)가 격감하면서 통발어업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 처하자 어민들은 바다를 살리기 위해 조업자제를 선택했다.
일부 어민들은 "우리가 안 잡으면 다른 지역 어민들이 잡을 텐데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고 맞받아쳤지만 "우리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다 따라올 것"이라는 설득에 모두가 따라주었다.
어민들은 우선 민꽃게 산란기인 6월20일∼8월10일 조업을 중단하고, 그물코 규격도 25mm에서 35mm로 확대해 치어를 보호했다. 금어기를 어기는 어민들에게는 200만원의 거액을 벌금으로 물렸다. 한번 나갈 때 3,000개나 들고 가는 통발도 2,000개로 줄였다.
어민들은 특히 타 지역 통발어선들이 치어를 잡으면 이를 되사와 바다에 방류했다. 이를 위해 어민들은 없는 살림에 매달 3만원씩 회비도 거뒀다.
역시 바다는 배신하지 않았다. 자율규제 첫해인 2006년 평균 6,500만원이던 어획고는 이듬해 척 당 7,0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척 당 8,00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총 어획량은 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보다 20% 늘어난 7,000여톤에 달했다.
금성호(4.97톤) 선주 김명암(51) 조춘란(48)씨 부부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 학비를 벌어야 하는데 금어기 때문에 바다 쓰레기나 주울 때는 화도 많이 났다"면서 "더구나 타 지역 어선들이 꽃게를 잡아가는 걸 멀쩡히 쳐다볼 때는 마치 살림살이를 도둑 맞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춘남 위원장도 "다른 지역 어민들이 잡아온 새끼 민꽃게를 되사 방류할 때는 동료 어민들로부터 원성도 많이 받았다"면서 "지금은 어민들이 잘 한 결정이었다고 다들 말한다"고 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바다 살리기에 나선 어민들에게는 보너스도 지급됐다. 어민들은 이 공로로 국토해양부로부터 2007년 최우수공동체, 2008년과 2009년 우수공동체로 3년 연속 선정돼 총 6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어민들은 이 상금으로 최근 목포 북항동에 사무실과 저온저장고, 직판장을 세우고 과거 마음고생한 일을 떠올리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위원장 등은 이날 목포시청 해양수산과를 방문, 어민의 마지막 소망인 민꽃게를 간장게장으로 가공하기 위한 공장설립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어민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개인적 이익을 참은 것이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 줄지 몰랐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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