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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믿기에" 김관두 회장님의 브라보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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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믿기에" 김관두 회장님의 브라보 은퇴

입력
2009.02.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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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떠나더라도 직원들은 계속 회사와 같이 가야죠. 기업 경영은 한시적인 겁니다. 끝까지 가지고 갈 이유가 없어요. 회사 덕분에 그 동안 입고 먹고 했으면 됐지요.”

올해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침구전문업체 ‘님프만’의 김관두(75) 회장이 자신 소유의 회사 주식 전량을 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하고 경영에서 물러난다. 님프만은 침구 생산 관련 10여 개의 실용신안과 특허를 가진 기업으로 연간 매출 평균 100억원을 올리고 있는 직원 수 38명의 작은 기업이다.

김 회장이 회사에 내놓을 재산은 이 회사 지분 48%, 금액으로는 12억원 어치다.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평생 일군 회사를 자식이 아닌 직원들에게 선뜻 내놓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을 터,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말에 김 회장은 “고비고비마다 믿고 따라준 직원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희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목화씨를 발라내고 이불을 만들던 1960년대 침구 전문공장을 세우고 관련 기술 세미나를 여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이 업계에서는 ‘대부’로 불리는 인물. 전북 군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상경해 맨손으로 세운 회사를 자식(2녀)들이 이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물론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회사의 일과 무관한 사람들이 회사에 발을 걸치고 있는 다른 회사를 보니 직원들이 고생하고 회사도 잘 안되더라”면서 “회사는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게 옳을 것 같아 일찌감치 그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님프만의 경영은 현재 26년 전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와 동고동락한 서문환(52) 사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도 일 주일에 두 번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나가 자문하고 그 대가로 사장으로부터 월급 100만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서문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그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회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보고 직원들에게 회사를 내줘도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하루 아침에도 사라지는 회사들이 수두룩한데 어려운 와중에도 기분 좋게 ‘바통터치’를 할 수 있는 나는 행운아”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 회장의 결정에는 유한양행을 설립해 사회에 환원한 고 유일한 박사의 영향이 컸다.

김 회장은 “’개인 회사로 시작했어도 종업원들이 늘면 더 이상 내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는 고 유일한 박사의 말을 되새기며 살아왔다”며 “욕심을 좀 부린다면, 직원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님프만’이라는 회사가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딸린 직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달려왔다는 그는 얼마나 남았을 지 모르는 앞날에 몹시 부풀어 있었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 같아요. 그 동안 꾹꾹 참았던 일본어 공부랑 등산도 하고 노래교실에서 노래도 배우면서 시간을 보낼 겁니다.”

회사는 13일 물러나는 김 회장이 현장 경험을 총정리한 침구전문서‘섬유백과’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공장이 있는 경기 남양주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가질 계획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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