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세계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세계 3위(시장점유율 16%)의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대만 파워칩과 렉스칩, 프로모스테크놀로지 등 3사와의 통합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반도체 업체가 국경을 뛰어넘어 경영 통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피다는 컴퓨터(PC) 등에 사용되는 기억용 반도체 메모리인 D램 전문 생산업체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 탓에 3월 말 결산에서 1,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 산하에 엘피다와 렉스칩을 두는 방식의 통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선 렉스칩 밑에 파워칩을 두고, 그 다음 프로모스가 합류하는 형태로 4사가 경영을 통합하는 시나리오다. 합병 완료 시점은 내년 3월 말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탄생할 합작사는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는 힘겨운 적수를 만나게 된 셈이다.
D램 반도체는 글로벌 불황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지난 1년간 가격이 10분의 1 이하로 폭락,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합종연횡은 규모 확대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엘피다의 합병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ㆍ장기적으론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박 현 연구원은 "공급이 아닌, 수요 감소를 기반으로 시작된 불황이기 때문에 엘피다가 대만 업체들과 진행 중인 통합 작업이 시황 개선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통합사가 안정될 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위협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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