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줄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 렌즈 매출이 올해 1월 들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창업 이후 최악의 매출 감소입니다.”
일본 도쿄(東京) 북서쪽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 광학 렌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 스미타(住田)광학글래스의 스미타 도시아키(住田利明)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 닥친 불황을 “지구 여기저기에 원자폭탄 3, 4개 정도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종업원이 400명 정도 되는 스미타광학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광학 소재를 1960년대에 일본 국내 기술로 만들어내고 비구면렌즈, 호타론 글래스, 광섬유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초우량’ 회사다. 하지만 국내외 카메라 기업의 주문 감소로, 이 회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디지털 렌즈의 생산 라인은 이달 들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들어갔다.
2006년 80억엔(1,230억원)이던 매출이 2008년(올해 3월말 결산)에는 약 30% 정도 줄어든 60억엔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스미타 부사장은 “당분간 이대로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그나마 사업이 좋을 때 무리하게 회사 규모를 확대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제조업의 버팀목인 중견ㆍ중소기업이 불황을 이기지 못해 차례로 쓰러지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집계한 지난해 일본 내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1만1,059건. 전년보다 1,694건이 늘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처음 1만 건을 넘어섰다.
민간 조사회사 도쿄쇼코(商工)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월 일본 내 기업도산 건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15.8% 늘어난 1,360건이다. 8개월 연속 증가했고 1월 도산으로는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체 도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늘었다. 대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에 약 20%, 올해 들어 최고 40%까지 감산하면서 일어난 ‘도미노 쇼크’다.
일본 정부는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 보증을 늘리고 정부 산하 금융기관을 통한 융자 규모를 30조엔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긴급보증제도를 마련해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융자 받을 때 일반 보증과 별도로 2억8,000만엔까지 신용보증협회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연말 자금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12월 24일 하루에만 이 보증제도를 이용한 중소기업이 1만2,566곳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견ㆍ중소기업 도산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부도가 계속 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기, 열차용 철골 부품을 생산하는 사이타마현 하토가야시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은행 융자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안다”며 “전사원이 가족처럼 고통을 분담해 위기를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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