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가 중국의 '가전 하향(下鄕)' 정책 때문에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올해 중국의 '가전 하향'을 겨냥한 마케팅 총력전에 나섰다. 가전 하향이란 중국 정부가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이달부터 실시하는 가전 보조금 정책이다. 즉, 낙후된 농촌 지역 사람들이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의 13%를 깎아주고, 할인 금액은 정부에서 제조업체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40만원짜리 세탁기의 경우 소비자는 34만8,000원에 사고, 제조업체는 정부로부터 할인액 5만2,000원을 받는다.
이를 통해 뒤떨어진 농촌 지역도 개발하고 내수 시장도 살리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국내 전자업체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매출 및 시장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1차로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산둥, 허난, 쓰촨성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실시했고, 지난해 말 2차로 12개 성ㆍ시를 대상 지역에 포함시켰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3차 조치는 대상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품목도 기존 TV, 세탁기, 휴대폰에서 컴퓨터(PC), 에어컨, 모터사이클 등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가전 하향 정책에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로부터 해당 품목이 선정돼야 한다. 다행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달 초 다수의 제품이 가전 하향 품목에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냉장고 각 6개 제품과 세탁기 3개 제품이, LG전자는 휴대폰 7개 제품, 세탁기 4개 제품이 포함됐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가전 하향을 중국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간 대도시와 동쪽 바닷가 연안 위주로 집중된 시장을 서쪽의 농촌 지역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가전 하향에 선정된 제품들이 궈메이(國美), 쑤닝(蘇寧) 등 대형 유통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휴대폰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가전 하향 정책에 맞춰 휴대폰 부문 마케팅 투자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출시 제품수와 유통망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 중국본부는 8, 9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판매점들 모임인 '주요 대리상 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의 '중국 휴대폰 시장 트리플 더블 전략'을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통망을 현재 7,000개 수준에서 1만3,000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휴대폰 신제품도 지난해 30개에서 올해 6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전 하향 정책이 중저가 제품에 맞춰져 있는 점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정책을 펴온 국내 업체들에겐 걸림돌이다. 세탁기는 2,000위안, 냉장고는 2,500위안, 휴대폰은 1,500위안 제품으로 한정돼 있다. 우리 돈으로 30만~40만원대 중ㆍ저가 제품들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히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며 "중국 기층부에서 소비가 살아나 점차 위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중봉 LG전자 중국본부 총괄법인장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며 "공격적 마케팅으로 가전 하향 품목을 확대해 LG전자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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