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기 성공' 日 中企 스가노 사장의 불황 탈출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기 성공' 日 中企 스가노 사장의 불황 탈출법

입력
2009.02.13 00:05
0 0

"3대를 이어 꾸려온 공장이 도산한 뒤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며칠 동안 오늘은 죽어야지, 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내가 만들고 싶은 것 하나만 남겨놓자고 생각한 게 가방이었습니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남동부 하토가야시. 도쿄(東京) 북부와 인접한 이 지역은 예부터 '마치코바(町工場)'라고 부르는 마을 공장이 몰려 있는 일본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 지역이다. 종업원 12명과 함께 항공기와 신간센(新幹線) 내장품, 시트 팔걸이 등의 정밀판금 구조물을 만들어온 '게스이(溪水)'의 스가노 게이치(菅野敬一ㆍ58) 사장. 거품경제가 꺼진 직후인 1990년대 초 부도를 맞고 죽을 결심까지 한 중소기업인이다.

"생산량의 80%를 한 회사에 납품했습니다. 경기 좋을 때는 그게 일하기 편하거든요. 하지만 거래회사의 경영이 나빠지면서 그 충격으로 공장이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기술력을 평가해준 다른 업체들의 격려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때 문을 닫았을 겁니다."

스가노 사장은 이후 특정 업체에만 의존해 납품하지 않는 것을 경영의 철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무렵 유품(遺品)으로 삼을 셈치고 만든 가방은 입에서 입을 타고 인기를 얻어 이제는 전체 공장 작업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 "자부심 갖고 애정을 담아서 만들면 물건을 알아주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다.

'에어로 컨셉트'라는 브랜드가 붙은 이 가방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디자인학교는 문 앞에도 가본 적 없는 스가노 사장이 수십 년 동안 공장에서 만들어온 가볍고 튼튼한 판금 부품을 응용해 만든 철제 가방이다.

"내가 좋아서 만들어 거기에 도면을 넣고 들고 다녔는데 그걸 보고 '만들어 달라'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가 대형 유통회사에서 주문이 들어왔고 급기야 이세탄(伊勢丹) 같은 백화점 매장에도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뿐 아니다. 외국 잡지에 소개되고 밀라노 컬렉션 같은 세계 유명 패션쇼에도 초대됐다. 루이 뷔통의 납품 요청도 있었다. 거기에 응했더라면 2, 3년 안에 억만장자 소리를 들을 수 있었겠지만 그는 기회를 뿌리쳤다. "그렇게 만든 가방은 루이 뷔통 가방이지 내가 만들고 싶었던 가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몰아 닥친 불황으로 어렵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에어로 컨셉트'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본업인 판금 부품 쪽은 "보잉의 신형 여객기 인도가 늦어지고 보잉 자체가 감산에 들어가면서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또 한차례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이냐고 물었다. "고객은 늘 더 싸게, 더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나온 물건은 대부분 만드는 사람 기준으로는 만족할만한 상품이 못 됩니다.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그래서 고객이 정말로 만족할 제품을 애정을 담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불황을 맞아 죽을 결심까지 한 뒤 얻은 결론입니다."

도쿄=글ㆍ사진 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