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요새 엄마들도 딸아이들에게 “빨리빨리 들어오고!”라는 잔소리들을 할까. 아침에 등교나 출근하려 신발끈을 묶을 때면 엄마는 등에 대고 꼭 토를 달았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나중엔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귀가가 늦어질 때면 불현듯 어디선가 시한폭탄의 시침 소리가 켜져 벌떡 일어서곤 했다.
그 딸들이 제 딸들에게 잔소리를 할 엄마들이 되었다. 깊은 밤 홍대 거리는 낮이 따로 없다. 한낮까지 문을 닫았던 클럽과 술집들이 불을 환히 밝혔다. 음식점과 옷집, 액세서리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지고 젊은이들이 떼지어 골목을 몰려다닌다. 물론 이런 유흥과 소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밤문화가 음지에서 싹트는 퇴폐 문화와 일탈이었다면 지금은 밤을 즐기는 호모 나이트쿠스의 세상이다. 이들을 위한 문화의 영역도 넓어졌다.
환한 빛의 세상에서 그들이 돌아갈 집을 떠올려본다. 그 시간 그곳은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이다. 가로등 수도 턱없이 모자라 곳곳에 짙은 어둠이 고여 있다. 한쪽의 밤이 환하면 환할수록 반대편의 밤은 더 어두워진다. 범죄는 그 어둠을 노린다. 가로등 수도 늘리고 골목에 방범소도 설치해야 한다. 빨리 귀가하라는 잔소리만으로 아이들을 채근하기엔 지금 서울의 밤은 너무나 역동적이고 아름답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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