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섬을 인수ㆍ합병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동양그룹 현재현(60) 회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부장 김재승)는 "처음부터 한일합섬의 자산을 탈취할 목적으로 합병이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은 증거를 찾기 힘들고, 합병 후 피합병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번 합병은 한일합섬에 일방적인 손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금융당국의 통제와 규제 아래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인수ㆍ합병이라는 고도의 경제행위에 대해 형벌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을 인수하면서 피인수 회사의 자산 1,800억원을 인수회사의 부채상환에 사용함으로써 한일합섬 주주와 채권단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현 회장을 기소했다.
현 회장측은 "검찰이 애초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가 다시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했다"며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19억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추연우(50) 동양메이저 대표와 이전철(62) 전 한일합섬 부사장에 대해서도 금품의 성격을 퇴직보상금 및 인수ㆍ합병 성공보수로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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