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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직 사회부터 고통 분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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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직 사회부터 고통 분담을

입력
2009.02.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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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고교 동창 모임이 있다. 요즘 밥 먹고 술 마실 때 지갑 여는 모양새를 보면 경제가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친구가 중학교 선생님이다. 부부 교사인 그는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면 각자 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부부가 생활하는데 월 300만원이면 충분할 터. 그래서 "한 사람 몫은 일시불(약 3억원)로 챙길 생각"이라며 벌써부터 행복한 노년을 설계하느라 즐거운 고민이다.

최근 채용정보업체가 조사한 미래 배우자의 인기직업 순위를 보니 일반 공무원이 44.0%로 압도적 1위였다. 남성만 보면 교사 선호도가 높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배우자의 희망직업 순위에서 공무원이나 교사가 의사, 변호사 등 '사'자 직업을 앞서고 있다. 정년을 보장 받는 안정성 덕택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험한 대규모 정리해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공무원의 인기는 바닥이었다. 임금 수준이 열악했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았다. 사실 80년대 우리나라의 연평균 성장률은 10.1%로 세계 1위였다. 민간 부문에 활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열악한 처우의 공직이 인기를 끌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내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규직, 1명은 비정규직,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자영업자다. 사상 최악의 고용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은 '해고 0순위'일 수밖에 없다. 자영업은 3분의 1이 적자 운영할 정도로 몰락 직전이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민간기업은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공무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처럼 노후대비 장치가 마련돼 있지도 않다. 비록 올해 공무원 임금을 작년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지만, 민간과 비교해 임금이 적은 것도 아니다.

정부가 공무원 보수 현실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지금은 100인 이상 기업체 평균 임금의 90%를 넘는다. 각종 수당과 맞춤형 복지제도 등을 감안하면, 고위 관료의 임금은 웬만한 민간기업을 추월한다. 임금이 최고 수준인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에 비해선 다소 적다고 치자.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경제부처 산하 공기업 기관장의 40~50%가 퇴직 관료 출신이다. 국책 금융기관을 들여다보면 경제부처 사무관, 주사 등 중ㆍ하위직 공무원 출신이 수두룩하다. 이런 공생관계에서 주어지는 특혜는 임금 격차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대졸 초임을 10~20% 줄여 고용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실업자가 넘쳐 나는 위기 상황이다. 때문에 임금 삭감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범국민운동'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손대기 쉬운 신입직원의 임금만 깎는 것은 힘겹게 취업 문을 뚫은 젊은 세대를 기만하는 일이다. 당연히 기존 직원들의 임금부터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부터 임금을 깎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고위 관료와 일반 공무원 순으로 임금을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시장ㆍ군수, 지방의회 의원도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 선진국의 경우 공무원과 교사 보수는 그 나라 평균 소득에 못 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직업 안정성에다 민간감독 권한 등 공권력을 지닌 집단이 임금까지 많이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득권 세력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 그래야만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일자리 나누기를 호소할 명분이 생긴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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