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양대 계파인 친(親)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계의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밥 먹는 자리가 잦아졌고, 그 자리서 나오는 발언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지난해에도 친이ㆍ친박계 의원들은 제각각 수시로 식사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양측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작년보다 분위기가 더 결연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한 초선 의원이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는 점점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 그럴까. 당장 눈에 띄는 갈등의 진원은 4월로 예정된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다. 지난해 복당한 친박계 현역 의원과 낙선한 친이계 원외 위원장이 공존하는 지역구에서 벌써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 수영구(유재중 의원- 박형준 전 의원)를 두고 한바탕 전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최근 친박계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당협위원장 교체를 두고 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4월 재보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계파 간의 공천 대결도 갈등의 불씨를 키울 기름이다.
하지만 양측이 진짜 신경을 쓰는 것은 '내년'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한나라당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정상 절차를 밟는다면 7월이지만 지방선거 전으로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선출되는 지도부가 2012년 19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그 해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문에 2010년 전당대회는 양측 모두에게 건곤일척의 싸움이 된다. 물론 양측이 '제3의 길'을 찾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정면 충돌은 예정된 수순이다.
올해부터 양측은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중립 성향 당협위원장 끌어당기기 등 세 규합이 본격화할 것이다. 내년에 한판 붙으려면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공격하고 친이계가 수비하는 양태가 될 것이다. 최근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이 "(계파)모임을 할 때가 됐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방어해야 하는 친이 세력에게는 일단 구심점 찾기가 시급하다.
그런데 3월이면 이재오 전 의원이 귀환한다. 친이 진영에선 당연히 그를 구심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 전 의원이 아무리 "내가 귀국해도 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도, 당 안팎에서는 '글쎄'라며 고개를 갸웃대는 이유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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