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존엄사 논쟁을 일으켰던 엘루아나 엔글라로(38·사진)가 생명유지장치 가동을 중단한지 사흘 만에 숨졌다.
AFP통신 등 외신은 17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엔글라로가 6일 체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튜브의 작동을 중단한지 사흘만인 9일 오후 사망했다고 엔글라로의 가족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족은 그가 생전에 인공장치에 의존해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엔글라로가 1992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식물인간이 되자 가족은 법원에 존엄사 허용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해 결국 지난해 7월 영양 공급 튜브 제거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이 같은 존엄사 허용 판결을 두고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엔글라로가 투병하던 요양소 앞에서는 안락사 찬반 주의자가 모여 매일 별도 시위를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살인행위”라며 법원 판결을 비난하고 엔글라로에게 영양 공급을 재개하라는 긴급 총리령을 발표했으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모든 인간은 생명에 대한 절대적이고 우선적인 존엄성이 있다”며 총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법원이 이미 판결을 내렸다”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긴급 총리령에 서명을 거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9일 엔글라로가 숨지자 이탈리아 상원은 추도 시간을 가진 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생명연장 법안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신도 그의 선택을 용서했을 것”이라고 애도하면서도 “신의 선택 이전에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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