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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위기' 서남부 조선벨트를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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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위기' 서남부 조선벨트를 살려라

입력
2009.02.1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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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선박 주문 기쁨도 잠시…돈줄 막혀 좌초

2007년 말 전남 목포에 둥지를 마련한 중형조선소 C&중공업은 작년 이맘때 대규모 선박 주문(3조원 규모)을 잇따라 체결했다. 직접 고용인원(1,200명)에다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1만명의 직간접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자금줄은 막혔고, 선박 건조를 중단한 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 워크아웃 선정후 실사조차 부진… 발만 동동

부산에 위치한 진세조선은 지난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엊그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채권단에 신속한 자금지원을 독려한다고 했지만, 아직 실사조차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긴급 운영자금이라도 들어와야 밀린 조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3개월 넘게 발만 구르고 있다.

서남해안 '조선벨트'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중소 조선사들이 '띠(帶)'처럼 줄줄이 들어서며 한때 지방경제의 꽃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극심한 경기침체에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이젠 녹슨 구조물만 남은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몰락하는 중소조선사와 함께 서남해안 지방경제도 함께 고사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서해안 일대다. 전라남도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계획에 따라 중소형 조선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했고, 이후 조선산업전담기구를 설치해 목포, 광양, 신안 등에 적극적으로 조선소를 유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투자금액 대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게 조선산업이라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중형 조선소 1곳에 2,000억원을 투자하면 3,000~4,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생 조선사들은 대규모 수주를 받아 놓았지만, 선박 제작에 필수 설비인 도크(사각형 형태의 대형 웅덩이)를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자금난에 부닥쳤다. 조선사들이 발주사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서는 은행 보증(선수금 환급보증)이 필요한 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 신용위험 증가와 은행 건전성 강화 등을 이유로 보증을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선소는 선수금을 선박 제작에 쓰지 않고 다른 데 투자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은 채권은행의 보증 중단이 신생 조선소 위기의 주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채권단의 구조조정 바람까지 겹치면서 서남해안 조선소들은 잇따라 풍전등화에 몰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퇴출결정이 내려진 C&중공업(목포)을 비롯해 대한조선(해남), 녹봉조선(거제), 진세조선(부산) 등이 잇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감에 따라 피해는 지역경제 전체로 미칠 위기에 처해 있다.

중소조선사의 위기는 더 영세한 협력 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 작년 9월경부터 조업을 중단한 C&중공업으로부터 협력사들이 받지 못한 대금은 728억원(작년말 기준). 대한조선의 사내 협력업체에 대한 체불금도 170억원(1월말)에 달한다.

특히, 대한조선은 빠른 실사작업을 통한 자금지원이 급선무인데도 경영관리단장을 놓고 채권은행과 대한조선 간 갈등으로 워크아웃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소형조선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채권단에게 빠른 워크아웃 진행을 압박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자금지원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소형 조선산업이 이처럼 위기에 처하자, 지방 상공인들이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목포시의 경우 목포상의 주영순 회장을 비롯해 전남관광협회, 전남상인협회 목포지부, 개인택시 목포지부 등 지역경제 전체가 나서 채권단 등에 C&중공업 등을 비롯한 신생 조선소 지원을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도 정준수 전략산업과장은 "조선산업의 경우 수주잔량이 많기 때문에 자금만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정부와 금융기관이 멀리 보고 빠른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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