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 화재의 희생자가 10일 현재 170명을 넘어선 가운데 소방 당국은 방화범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재앙의 책임을 온전히 방화범에게만 물을 수는 없을 듯 하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특징 지워지는 호주의 기후 변화가 재앙의 증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나아가 “이번 화재는 더 큰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며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화재 위험 지역 내 거주자 증가 등 인재(人災)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구 온난화가 분명 피해를 증폭시킨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호주 산불연구센터의 개리 모건은 AFP통신에 “기후 변화와 가뭄이 산불의 속성과 지속 기간과 광폭함의 정도를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앙 발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호주 기상청 역시 기후 건조화와 유칼립투스 등 불이 잘 타는 식물의 증가로 화재가 늘 가까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도 2007년 낸 보고서에서 호주 남부의 화재가 ‘더 자주,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지구 온난화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호주의 기후를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950년과 비교했을 때 호주의 평균 기온은 0.9도 상승했으며 2070년까지 최대 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도양의 수온이 변화한데 따른 다이폴(Dipole) 현상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영국 BBC의 설명에 따르면 다이폴의 하강기에는 바람이 바다로부터 수분을 끌어당겨 호주 남부에 공급, 시원하고 습도 높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상승기 때에는 바람이 약해져 호주 남동부에 제대로 수분이 공급되지 않아 극도로 건조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기상학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설명할 때 다이폴 이론보다는 엘니뇨 현상을 더욱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후가 변하고 있으며, 호주의 재앙을 교훈 삼아 전 세계가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기상청은 호주의 화재 발생 위험 일수가 2020년까지 4~25%, 2050년까지는 15~70%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 화재 발생 빈도는 1990년과 비교해 30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존 헵번은 AFP통신에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호주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는 기후대로 변해 격렬한 산불과 태풍, 홍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 대기연구센터의 그레그 홀랜드는 미 abc방송의 ‘레이트나이트(Latenight)’에 출연해 “여름 폭염 일이 현재는 6일 정도지만 앞으로는 20일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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