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9일 자진 사퇴 쪽으로 방향을 정한 데는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판명돼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인 만큼 김 내정자가 진압과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여당 내부에서는 "김 내정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쟁점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대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만일 김 내정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은 인사청문회와 쟁점 법안 처리 거부 카드까지 동원해 대여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컸다. 가뜩이나 검찰 조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시민단체들은 김 내정자 임명 강행 시 '제2의 촛불 사태'까지 불사할 태세였다. 이런 정치권의 급박한 상황을 고려한 김 내정자가 결국 검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자진사퇴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책임자 사퇴는 시급한 일이 아니다"고 여전히 김 내정자를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 김 내정자를 경질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정치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미 거뒀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검찰 조사에서 경찰의 무혐의가 밝혀져 전체 경찰의 사기를 높이는 결과가 됐고, 야권이 밀어붙이려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추가 사퇴 요구도 '김 내정자를 통한 버티기'로 사전 차단할 수 있었다는 분석에서다. 또 전국철거민연합회 측의 불법 시위도 상당 부분 밝혀졌고, 무력시위와 강제진압이 반복되던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개선 대책도 마련됐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젠 김 내정자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는 목소리가 나오던 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 카드를 고수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시위문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동시에 경찰 사기 앙양과 국회 상황 진정에 기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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